(1)
-
'어서오세요, 저희 텐류사이 가문을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환영합니다 사쿠라이가의 차남, ..사..'
' 요란한 인사는 필요없다고. 사쿠라이 사토. 사토라고 불러도 돼. 이녀석은 내 종자 다이몬이야. '
' 아 .... '
' 어이어이, 그냥 친구라고 해주면 안돼? '
사토, 의 앞에는 여름하늘빛을 품은 머리색과 같은 아리따운 소녀가 금빛으로 수놓인 감색기모노를 입고 정중하게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나이는 조금 우리또래보다 앳되어보이는 모습이었다.
소녀의 인사하는 품과, 넓고 단아한 전통적인 마루 거실. 그리고 시녀들의 차분한 걸음걸이가 함께 맞물려 정형화된 틀에 맞추어진 한편의 인형극 같이 보였다. 사쿠라이 가문과 비슷하게 생긴 일본식 목조 건물이라지만, 좀더 꽉 막히고 답답한, 그리고 틈이 없어보이는 공간처럼 느껴지는 곳이었다 텐류사이 가문은.
(2)
-
'사쿠라이 사토!! 오늘에야말로 네녀석들을 죽여버리겠다 진심으로 말이지-! (아즈루엄마)를 더이상 우리도장 밖으로 데려가지 말라고!!!! '
라고 외친 굵고 우렁찬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뒤를보니 조금은 화난듯한 얼굴의 체격이 매우 압도적으로 큰 소년이었다. 도복을 제대로 입을줄 몰라 가랑이 사이의 속옷마저 보이는 우스꽝스런 차림으로 서있는 아야나의 친구, 내지 과장하면 정략결혼자 였다.
' 내가 아니고 그 녀석이 원해서 말이지 '
' 웃기지 말라구! 아야나는 항상 당신 얘기만 한다고 ! 정식적으로 청혼한 사람은 나니까 말이야. '
' 착각하지마. 나도 정식 혼약자는 있어. 그리고 이시대에 점찍어주는 사람이랑 결혼하라니ㅡ, 웃기지도 않아?
그것보다 당신, 그 가랑이 사이좀 가리는게 좋을 것같아. 가문의 일원이라는 사람이 도복도 제대로 입지 못하는거야 ? '
' 이....익 ! 이..이게대체 왜 이런 형태로...! 젠장..! 오비가 풀어진건가 ! '
(3)
-
'사토아저씨, 나는 핏줄로이어진 가족이 아니잖아요.집에 보내주세요.'
여러번을 어르고 달래도 아이는 단호하게말했다.
아이는 창살 틈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반사되는금빛 머리를 긁적이며 계속 억지를 부릴 뿐이었다.
목에 나비 넥타이를 매고, 남색 반바지를 입고, 새빨간 란도셀을 든 초등학교생이 되어 입학한 후에도 말이다.
(4)
-
' 아키라 그렇게 훈련이싫어? 그럼 여기서 나가버려. '
사뿐한 미소를 머금고 차분한 목소리로 유카가 아키라의 불평에 대답했다.
'너, 평소에 앉아서 책만읽고 있으니 흐물거리는 애라 생각했는데 꽤 독설가구나? 흥. 내가 나갈리가있겠냐!! 너따위가 이몸을 내쫓을 순 없다구!'
아키라는 팔짱을 끼며 유카에게 등을졌다.
작게 분노하는 아키라의 두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작은 고추가 맵다더니. 처음에는 잘대해줘서 좋아했었지만, 지금은 전혀아니니까! 이해가 되지 않네! 어째서 너네 사쿠라이 가문 녀석들은 저런 애를 좋아하는거야? '
'지..진정해 ..둘다.. 미우는 형들 싸우는거싫어..이잉'
' 난 전혀 좋아하지 않거든! 아 애초에 나는 사쿠라이가 아니구나.. '
' 히로시 나도 너한테 관심없어 '
' 그거 잘났네 ! 같은 반이니까 어울려줄 뿐이니까 ! '
앙칼진 그리고 가벼운, 아이들의 조잘대는 목소리가 도장의 마루로 울려퍼졌다.
(5)
-
' 강해지고 싶다는 이유나, 지켜야할게 있다는 이유로 마력을 사용할 생각이라면, 나한테 부탁하려 오지 않아도 돼 꼬마야 '
' 그..그래도... 나는..! '
' 인간들은 지켜야한다는 명분으로, 마계인과 똑같이 아무렇지도 않게 생명을 죽이거든. '
' 꼬마가 아니라구! 난 이제 14살이니까 ! 마계인쯤 아무렇지 않게 상대할 수있어 '
' 그리고 너는 지켜야 한다는 말의 이면속에, 복수심을 숨기고 있는 것 같아서 말이지. '
' 그런.... '
' 그치만 나는 네가 맘에 들어서 말이지. 언젠가는 계약해줄 수 있을거야 . '
금발의 마녀는, 평소보다 조금은 무거운 목소리로 소년을 타일렀다.
어떻게든 강해져야 한다는, 소년의 의지와 환경이 마녀의 머릿속 '동정과 연민'의 부분 까지 깊게 박혀왔지만, 쉽사리 힘을 내어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어린애임에도 불구하고 가진 강한 체력과 인내력, 그리고 또래보다 월등한 신체능력과 검술로 보아 전속 계약 상대로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에 일단은 보류해 두기로 했다.
(6)
-
'스미레씨는 ㅡ, 사토님과 정식적으로 혼약을 맺으신 상태이신건가요 ? '
아야나가 스미레의 눈을 올곧게 올려다보며 조용한 목소리, 하지만 강인한 느낌으로 대답했다.
' 뭐, 그런셈이지만 사토는 나를 그닥 마음에 들어하지도 않고, 나도 어차피 정치적인 목적으로 맺어진 관계인데 마음에 담아둘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중이야 '
' 그렇다면, 사토님을 연모하시는 건가요? '
' 그.....그건..... 음...어떠려나.. '
' 당신은 거짓말을 하고 있군요 ! 그러고도 신지가문의 여성이라고 하실 수있는 건가요 ! 남편을 그런식으로 말하다니요 ! '
' 아..아야나쨩.. '
텐류사이 아야나는, 붉으락 푸르락 해진 얼굴로 스미레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스미레의 말이 아야나 자신은 그런 고민조차도 할 수없는 존재로 만들어 버린다는 느낌이 들어 몹시 화가 났다.
지난 1년 반동안 자신을 요람에서 깨워준 상대에게 호감을 품고, 진심으로 연모해도, 조금도 다가갈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애통했다.
몇일 전 그의 성인식 날 정식으로 스미레와 사토가 혼약을 했는데도, 아무것도 할 수없이 바라만 보았던 자신을 용서 할 수 없었다.
그러기에 , 이렇게라도 일단 소리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텐류사이 가문의 여성의 수치를 깨버리고도 .
' 미안 .. 그치만, 사토는 나를 여자로도 봐주지 않는 것 같아서.. 내가 좋아해도.. 본인이 원하지 않는 결혼이었으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
' 당신... 그말 취소하세요 !! '
아야나가 소리지른 이후, 주변의 공기가 바뀌는 듯 했다.
' 윽 .. 아... 아야나쨩.. 그만둬 ... '
스미레는 고막이 찢어질 듯한 초음파가 울려 퍼지는 느낌에 두손으로 양 귀를 틀어 막았다 .
영력이 강한 아야나의 힘 때문에, 주변들의 영혼들이 같이 반응하는 것이었다.
마치 주변의 모든 영혼이 스미레를 공격하는 듯이, 소리로 그녀를 조이고 있었다.
' 사토님은.... 당신을 ... 진심으로 좋아하는데 ..흐흡..... '
-
(7)
-
'당신, 마녀잖아 ? 그럼 나랑 계약 정도는 해달라고. 부대녀석들에게 들었어. 계약해주면 무슨 힘이던지 간에 부여해준다고 하지? 나도 마력을 쓰고싶어 !! '
' 이거 이거 꽤나 호탕한 청년인걸 ? , 외관만 마음에 드는게 아니었어~ 후훗. 하지만, 당신 계약에대해 너무 모르고 있는거 아니야 ? '
' 그래서 해주겠다는거야 말겠다는거야 ! '
' 나랑 특별히 계약하고싶은 이유라도 있어 ? 당신, 나랑 계약하려면 어느정도 각오는... '
' 그런거 모르겠어. 난 그냥 힘이 필요할 뿐이야. '
' 당신의 연적이라도, 지키기 위해서인가? 후후. 그런거 라면 접어두는게 ....사랑 싸움은 불편하다구. '
' 아 시구레 ? 걔는 딱히 어찌 되든 상관없어. 내 알바아니야. 그냥 나는 나를 지킬 힘이 필요하거든. 내가 내자신을 지킬 수가 없는데, 어떻게 엘로샤르프들과 싸울 수 있겠어 ? .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평화로운게 좋지만 말이야 '
어찌그리 자신의 영혼의 반을 내어줄정도로 험난한 마녀와의 계약을, 그는 저리도 쉽게 부탁한단 말인가.
아스텔은 내심 감탄했다.
그리고, 그가 그 어떤 사람에게도, 마계인에게도 복수심과 증오, 혹은 연민과 동정, 사랑의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있었다. 느긋하고 평화를 추구한다고 말하지만, 또한 그 내면에는 폭발적인 에너지가 숨어있다는 것을.
오히려 백지와같은 '무'의 추구가, 집착할 것이 없기 때문에 가장 강하다는 것을 아는 아스텔은 그에게 협력해주기로 마음먹었다.
' 흐오...... 알겠어 '
' 응 ? '
' 계약해줄게. 내가. '
' 오오 ! 정말이야 ?! 자 그럼 무엇부터 하면 되는건가! '
' 그래. 이 아스텔이 너와 전속으로 계약을 맺어도 재밌을 것같아. 지금까지 만난 인간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걸. 참 계약은 차차 진행하자구. 일단 당신은 수련을 좀 더 받아야 할 것같으니까. 일단 부대로 돌아가자 후후..'
' 에이, 당장 할 수 있는거인줄 알았더니만, 뭐 , 여유롭게 기다려볼까 ㅡ, '
(8)
-
' 에도프, 긴히 할말이 있다. '
' 아아, 사서님이시군요. 금서목록 보관소에는 무슨일로 ... '
어둡고 꿉꿉한 책냄새만 나는, 암갈색 빛으로 가득한 거대한 도서관.
마계의 정령들이 쇠고랑을 차고 날아다니는 '파닥 ㅡ, ' 거리는 소리만 들려오는 조용한 도서관에, 나즈막하면서도 다급한 울림이 퍼졌다.
' 엘로샤르프님의 호출이 떨어져서 말이지. 에른하르트를 불러와 주었으면 해서. '
' 당최 알 수가 없군요. 그녀석과는 마주치고 싶지도 않습니다만, '
' 수천년전에 있던 엘로샤르프님의 세계창조시절, 같은 곳에서 지내던 동료라고 들었는데, 다른가 ? '
' 그건 맞습니다만.. 최근 그녀석이 하고다니는 짓을 보니, 만나고싶지 않아서 말이죠 '
' 아, 소국가들을 대상으로한 대량 학살 말인가. 데시더리움을 열받게 하기 위함이라더군. '
' ....집안 싸움에 다들 얻어 터지는군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들의 사정이란 '
' 아무래도 일단 현재로서 데시더리움은 우리보다는 높은 엘로샤르프님과 대등한 위치에 있으니, 섣불리 건들지 않는게 좋을텐데 말이야 . 마능력적으로도 에른하르트가 약할텐데 .. '
' 뭐, 데시더리움은 엘로샤르프님과 같은 유일한 제 2 시조니까요. 에른하르트는 제 3시조고. 우리도 3시조니까 말이죠. 아무리 제가 신 후보로 거론되었다 할지언정.. '
눈을 내리깔고 카페트 바닥의 얼룩진 어둠만을 응시하고 있는 에도프의 어깨를, 사서는 두손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 툭툭 ㅡ , )
' 그래도 자네만한 인물은 없지. 능력이 그들보다 빈약하다 하더라도, 인성적으로는 말이야 '
' 과찬이십니다 사서님. '
' 데시더리움이 마정석이 다시 불안정해짐을 느껴서, 다시 보관하기 위해 결계사와 봉인에 능한 마도사들을 불러모으고 있다고 하네. 어쩌면 에른하르트는 ... '
' 반역이라도 꾀한다는 말씀이신가요 ?! 설마 ... 아니 그라면.... '
' 그것까진 모르겠다만, 일단 엘로샤르프님이 부르셨으니 우리끼리의 상상은 이만하도록 하고, 그를 불러오는게 좋을 것같아. 엘로샤르프님 상태가 요즘 좋지 않으시니까 '
' 예. 그분을 화나게 할 순없죠 . 다녀오겠습니다 '
' 부탁할게 에도프 . '
-
'Dream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Y의 10문 10답 (0) | 2015.11.29 |
---|---|
고겐아네 10문 10답 (0) | 2015.11.29 |
비블리오테카 마법(작성중) (0) | 2015.11.22 |
위로 (0) | 2015.11.22 |
조심히 해야할 것들 (0) | 2015.1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