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ing

다섯살과 홍차

레몬유자청 2015. 11. 18. 01:59




' 귀여운 꼬마 곰돌이~ 아기 퐁폰 ~ 다같이 따라해봐요 하나, 둘, 셋! '

' 어린이 친구들~ 오늘도 즐거운 시간이었죠 ? 퐁폰도 정말 즐거웠어요 다음주에 만나요 ~ '



" 후잉... 끝나버렸어... 퐁폰쨩.. "

" 다음주에 다시 하잖아 "

" 오빠아 ㅡ, 그치만 오우카는 맨날 보고싶어 "

" 재미없어. 퐁폰이라니 대체 어디서 어떻게 나온 이름인걸까 "

" 우잉.. 퐁폰이 어때서! 귀엽잖아! "

" 나는 전혀 아닌데 "

" 우아앙 ㅡ!! 아빠...으앙... "


갓 다섯살을 넘긴 아이 둘이 네모상자앞에서 곰돌이 영상을 보며 다투고 있다.

영상의 내용은 바로 '꼬마곰돌이 아기 퐁폰' 이라고 하는데, 요 근래의 아이들에게 선망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알록달록한 고깔을 쓰고, 우스꽝스럽게 볼록 튀어나온 배, 포근한 갈색 털로 뒤덮힌 작은 곰의 일본어 교실 이라고 해야하나..



" 유즈키, 여동생을 또 울렸구나 "

" 아버지, 전 아무 잘못이 없어요 "

" 우잉....오빠 미워... 엄마한테 이를꺼야.. "



여자아이가 '엄마'라는 말을 입에 담은 순간, 남자아이의 표정이 일그러 졌다.



" 엄마는 돌아오지 않을거야 "



" .......유즈키 "

" 우아아아아아아앙! ---- "

" 하아... "

" 그치만 돌아온다고 해놓고 전화 한통도 없잖아! 우릴 버린거라구! "

" 유즈키! 아직 너는 잘 모르겠지만... "

" 나는 이제 다섯살이라구요 아버지! "

" 이잉ㅇ...잉.... "

" 이거 곤란하네.. "



남자아이는 소리를 빽 지르고는, 거실을 벗어나 마루 밖으로 나가버렸다.


" 흑...흐..흑.. 아빠.. 엄마는 정말로 안돌아오는 걸까? "

" 오우카랑 유즈키가 좀더 자라면, 돌아오실 거야 분명히. "

" 우응.. 약속 할 수있지 ? "

" 그럼. "


작은 고사리손의 소녀는, 5배나 더 큰 아빠 손의 새끼손가락을 두손으로 잡으며 파르르 떨었다.

안쓰러운 아빠는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가슴으로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 아빠, 밖에 눈벚이 내리고 있어요 ! "

" 눈이 내리고 있구나, 쌓이면 치워야겠는걸. "

" 아직 안돼요 아빠! 오우카는, 저 눈을 보면 엄마가 떠오르는 걸요! "

" ....그러네 . 미안하구나 "

" 응응 그렇게해요 .내일 아침까지... 계속 내렸으면 좋겠다.. "



아이는 창문에 입김을 후ㅡ , 불고 작은 손으로 닦고는 몇십분이고, 몇시간이고 

내리는 눈을 지켜보았다.

문앞에서 지쳐 잠이들 때까지.  






-


솔직히 나도 아직 이해가 가지않는다. 왜 그녀는 도장을 떠났으며, 전화 한통도 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사쿠라기가 숨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말할 수없는 비밀같이. 


나의 그녀에 대한 생각이라곤 , 어딘가에서 이 추운 겨울날 얼어서 동사했다던가 , 실종되었다던가 하는 등의 나쁜 생각들만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부디 그녀가 아직 존재하기를, 바랄 뿐이다.


저 세명의 오붓한 가족을 보고 있노라면, 이 도장에서만 삼십년넘게 살아온 나의 겨울은 춥게 느껴지기만 한다.

아니지, 사람으로서는 20여년 정도인가. 




-






 


" 예..?!! 스파이.. 말씀하시는겁니까!? " 

" 응 , 폰. 구시대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간첩만한게 없다고 하지. "

" 그.. 그렇지만 당신에게 충성을 하면서, 첩보 활동까지 할만한 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텐데요, 기회비용도 많이 들겁니다. "

" 자본이라면, 아직 얼마든지 있으니까. 상관없지 않아? "

" 그렇긴 합니다만, 혹여나 배신을 하면 .... "

" 그건 걱정 하지 않아도 돼 폰. "

" 그렇지만...! "

" 너도 , 체스도 이렇게 내 옆에 권속으로 있어 주잖아 ? "

" .... 예.. 맞는 말씀 입니다. "


어둡고 칙칙한 습기로 가득찬 작은 책장 여러개가 정돈 되어있는 방에서, 한 여성과 한 남성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여자가 앉은 의자와 남자가 앉은 의자의 형태를 비교했을 때, 둘의 관계가 어떠한지 짐작이 가는 모습이었다.

여성은, 미간을 지긋이 찡그리며 이마를 쓸어내렸다.


" 최근, 한 집사에 관한 정보를 들었어. 마카로니와 연이 있다고 하던데 "

" .....! 마카로니와 연이 있다는 자라면 저희가 모를리가 없지 않습니까?! 집사라니요...! "

" 응 , 나도 최근에 들은건데, 혹시 알고있어? 수십년마다 시행하는, '마도사들의 집단 실험 축제' 라는 것. "

" 들어본 적은 있습니다. 인간, 마계인 모두 상관없이 약자들을 몰래 잡아들여와 불법으로 도살하며 마루타적인 실험을 시행한다고 하더군요. 근데 이 실험을 '축제' 라고 부르다니.. 끔찍하기만 합니다.

어째서 마계에서는 규제하지 않는 것 이지요! "

" 흐음.. 글쎄, 이들은 또 자기들이 마능력 개발을 위한 '정당방위'라고 주장하니, 마카로니가 관리하는 결계사부지 내의 중앙국에서는 쓸데없는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아 방치하는 것 같더라고 "

" 그자는 당최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다스리는 자가 되었으면, 옳지 않은 법도를 개정해야 할 것을 ! "

" 너도 알다시피, 마계의 법은 수천 수만년동안 내려온 것들도 많기 때문에, 고위 마계인 종족들의 찬성을 과반수 이상 넘기지 않는다면 힘드니까. 고위 마계인 종족중의 절반가까이가 마도사들 인거고 . "

"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제 정보가 많이 부족했습니다. "

" 아니야.. 나도 중앙국의 여왕으로 있으면서 극비로 알고있는 사항이었기에, 넌 모를 수밖에 없거든 "

" 송구합니다! "


" 사과는 정도껏 해야지 진심이 담기는 거야 "

" 예, 알겠습니다. "



여성은 찻잔을 들고 얘기에 열중하느라, 식어버린 홍차에 코를 맡으며 향을 음미했다.


" 식은 차여도 향기가 좋은걸. "

" 좋은 찻잎이기에 그럴 것입니다 "

" 흐음.... 라이라씨가 좋아했을텐데 . "

" 라이라씨... 인건가요 "

" 벌써 일년이나 지났네, 아직 갈길이 멀었구나 "

" 저와 체스는 중앙국 이후로부터 지금까지, 7년여간 당신옆에 있어왔습니다. 앞으로도 영원히 당신 옆에서 충성스러운 권속으로 남아있고 싶습니다 "

" 피곤하게 말하는구나 폰. 내가 불필요해지면 배신해도 돼 "

" 또 그러십니다 !! 제가 뭐가 됩니까! "




남성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안경테를 잡으며 파르르 떨었다.


" 그럼 부탁할께 "

" 예 ? "

" 방금 말한 그 집사, '에도프'라고 하던데, 정보좀 알아봐줄 수 있을까 ? "

" 마계인인가요 ? "

" 응 . 체스에게 전산망좀 파악해 달라고 전해줘 "

" 분부대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