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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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유자청
2015. 11. 22. 16:06
-"하지만, 그거. 내가 알기로는 금서로 지정되어 있는 책 중 하나인데. 어떻게 읽을 수 있었던 거야?"
"금..금서 말임까?.. 금지된 도서라는 말이죠?"
그가 애써 눈물 섞인 목소리를 삼키며 대답했다.
"금서들은 보통 비블리오테카 마법을 쓰는 자들 외에는 열어 볼 수 없도록 봉인되어 있어. 심지어 금서로 지정된 책은 사서도 함부로 열람하지 못해.
위험한 사역마들이 목차 앞에서 내용을 단단히 지키고 있고, 혹시나 마법을 써서 사역마를 쓰러뜨린다 쳐도 사역마가 허락하지 않는 이상 책 속 내용을 뚜렷히 해독하기란 불가능해. 말하자면 책이 독자를 거부한다는 이야기지. 그런 다중 보안을 네가 깨 버릴 힘이 있다는 건 아니겠고. "
"하지만, 하지만 제가 읽었을 때는 봉인이 걸려있다거나 책장 앞을 지키는 사역마도 없었슴다.. 삽화나 글들도 분명히 알아볼 수 있었고.. 전 비블리오테카 능력자도 아님다."
앙젤리코의 호박석같은 눈에 다시금 활기가 돌았다. 그의 눈에는 얼음을 깨고 뛰어오르는 힘찬 물고기의 반짝임이 있었다.
"흐~응. 그래?"
"예..옙. 사서가 오는 것 같아서 바로 덮어 버리고 이 정원으로 빠져나왔지만요. 앙젤리코, 설마 절 의심하고 계시는 검까! 그 책을 들여다 본 이유는.. 절대 위험한 목적이 아님다! 저는...알다시피 "
앙젤리코는 고개를 낮춘 그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아래를 향한 오른쪽 눈꺼풀이 슬픔으로 지쳐 있는 것을 알아챘다. 반대로 왼쪽 금속 의안의 눈동자는 차갑고 강인한 시선으로 아랫바닥을 뚫을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뭐어, 널 의심하는 건 아니야. 아마 마카가 한창 마도사 관련 연구를 위해 잠시 그 책의 봉인을 풀어 놓은 것이겠지. "
앙젤리코가 주전자를 들더니 그의 잔에 차를 따르고, 앉으라는 눈짓을 했다.
"보름달 말이야, 꿰맨 자국이 많겠지?"
"예?"
앙젤리코가 찻주전자 옆의 크리스털 단지 뚜껑을 열어, 말린 장미잎 절임을 한 스푼 떠 내어 자신의 찻물에 띄웠다. 장미 향이 찻잔으로부터 가득 퍼졌다.
"보름달은 크루아상처럼 가늘어지다가도, 점점 차올라 둥근 찻잔처럼 부풀어오르기를 반복하지? 누군가 베어먹은 복숭아의 패인 자국이 다시 회복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달에는 수많은 꿰맨 자국이 있는 거라고, 마카가 이야기해 주었어."
"달이 하얗고 예쁘기는 하지만, 앙제 당신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는 잘 모르겠슴다."
"굳이 과거의 아픔을 되삼키며 괴로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야. 마계의 달은 자신의 흉터와 아픔을 신경쓰지 않아."
그는 앙제의 말에 말문이 막혀 버렸다. 앙제는 그토록 예리하면서도 자상하고 따뜻했다. 그 두 수선화색 눈동자는 그토록 순수하면서도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듯 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안 마실 거야? 특별히 내가 따라 준 거잖아. 요 사고뭉치야."
앙젤리코가 턱을 괴고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자신을 향하는 두 눈동자가, 두 다발의 꽃송이 향기처럼 자신을 따스히 감쌌다. 그 향기가 눈 앞을 지배했던 모든 공포를 녹여버리고 있었다.
그 금서 속에는 다리가 잘리고, 몸이 얼거나 타 버리고, 손가락이 몇 개 더 붙고, 내장 기관이 타인과 연결된 자, 머리가 없는 자들, 자신처럼 한쪽 눈이 뽑힌 자들, 혹은 반대로 여러 개의 눈이 심겨진 자들의 삽화가 실려 있었다. 그들의 나이와, 이름과, 혹은 그 마저도 알 수없어 번호 따위만 기재되어 있는 자들. 또는 그 반대로 신체의 일부분만 실패의 결과물로 남아 '덩어리'로 여겨지는 자들. 마취가 되지 않아 눈이 도려내어지던 그 생생한 아픔이, 책장을 열고 그 참혹한 그림과 신체 부위를 칭하는 손, 손가락, 안구, 목, 성기, 등뼈, 왼쪽 넓적다리, 신경 다발, 등의 단어를 읽어 나갈 때마다 왼쪽 의안을 쿡쿡 쑤시고 지나갔었다. 귀에는 자신을 해부하려는 자들의 낄낄거리는 농담이 환청으로 들리기 시작했었다. 그런 역겨운 기분의 잔상들이, 그 마도사들의 웃음과 잔인한 형상들이, 남은 한쪽 눈으로 내려다 본 자신의 왼쪽 안구가 마도사의 손에 들려져있는 핏빛의 광경마저도 지금,
그의 주위에서 춤추는 공포들을 앙젤리코가 서서히 몰아내고 있다.
"금..금서 말임까?.. 금지된 도서라는 말이죠?"
그가 애써 눈물 섞인 목소리를 삼키며 대답했다.
"금서들은 보통 비블리오테카 마법을 쓰는 자들 외에는 열어 볼 수 없도록 봉인되어 있어. 심지어 금서로 지정된 책은 사서도 함부로 열람하지 못해.
위험한 사역마들이 목차 앞에서 내용을 단단히 지키고 있고, 혹시나 마법을 써서 사역마를 쓰러뜨린다 쳐도 사역마가 허락하지 않는 이상 책 속 내용을 뚜렷히 해독하기란 불가능해. 말하자면 책이 독자를 거부한다는 이야기지. 그런 다중 보안을 네가 깨 버릴 힘이 있다는 건 아니겠고. "
"하지만, 하지만 제가 읽었을 때는 봉인이 걸려있다거나 책장 앞을 지키는 사역마도 없었슴다.. 삽화나 글들도 분명히 알아볼 수 있었고.. 전 비블리오테카 능력자도 아님다."
앙젤리코의 호박석같은 눈에 다시금 활기가 돌았다. 그의 눈에는 얼음을 깨고 뛰어오르는 힘찬 물고기의 반짝임이 있었다.
"흐~응. 그래?"
"예..옙. 사서가 오는 것 같아서 바로 덮어 버리고 이 정원으로 빠져나왔지만요. 앙젤리코, 설마 절 의심하고 계시는 검까! 그 책을 들여다 본 이유는.. 절대 위험한 목적이 아님다! 저는...알다시피 "
앙젤리코는 고개를 낮춘 그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아래를 향한 오른쪽 눈꺼풀이 슬픔으로 지쳐 있는 것을 알아챘다. 반대로 왼쪽 금속 의안의 눈동자는 차갑고 강인한 시선으로 아랫바닥을 뚫을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뭐어, 널 의심하는 건 아니야. 아마 마카가 한창 마도사 관련 연구를 위해 잠시 그 책의 봉인을 풀어 놓은 것이겠지. "
앙젤리코가 주전자를 들더니 그의 잔에 차를 따르고, 앉으라는 눈짓을 했다.
"보름달 말이야, 꿰맨 자국이 많겠지?"
"예?"
앙젤리코가 찻주전자 옆의 크리스털 단지 뚜껑을 열어, 말린 장미잎 절임을 한 스푼 떠 내어 자신의 찻물에 띄웠다. 장미 향이 찻잔으로부터 가득 퍼졌다.
"보름달은 크루아상처럼 가늘어지다가도, 점점 차올라 둥근 찻잔처럼 부풀어오르기를 반복하지? 누군가 베어먹은 복숭아의 패인 자국이 다시 회복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달에는 수많은 꿰맨 자국이 있는 거라고, 마카가 이야기해 주었어."
"달이 하얗고 예쁘기는 하지만, 앙제 당신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는 잘 모르겠슴다."
"굳이 과거의 아픔을 되삼키며 괴로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야. 마계의 달은 자신의 흉터와 아픔을 신경쓰지 않아."
그는 앙제의 말에 말문이 막혀 버렸다. 앙제는 그토록 예리하면서도 자상하고 따뜻했다. 그 두 수선화색 눈동자는 그토록 순수하면서도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듯 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안 마실 거야? 특별히 내가 따라 준 거잖아. 요 사고뭉치야."
앙젤리코가 턱을 괴고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자신을 향하는 두 눈동자가, 두 다발의 꽃송이 향기처럼 자신을 따스히 감쌌다. 그 향기가 눈 앞을 지배했던 모든 공포를 녹여버리고 있었다.
그 금서 속에는 다리가 잘리고, 몸이 얼거나 타 버리고, 손가락이 몇 개 더 붙고, 내장 기관이 타인과 연결된 자, 머리가 없는 자들, 자신처럼 한쪽 눈이 뽑힌 자들, 혹은 반대로 여러 개의 눈이 심겨진 자들의 삽화가 실려 있었다. 그들의 나이와, 이름과, 혹은 그 마저도 알 수없어 번호 따위만 기재되어 있는 자들. 또는 그 반대로 신체의 일부분만 실패의 결과물로 남아 '덩어리'로 여겨지는 자들. 마취가 되지 않아 눈이 도려내어지던 그 생생한 아픔이, 책장을 열고 그 참혹한 그림과 신체 부위를 칭하는 손, 손가락, 안구, 목, 성기, 등뼈, 왼쪽 넓적다리, 신경 다발, 등의 단어를 읽어 나갈 때마다 왼쪽 의안을 쿡쿡 쑤시고 지나갔었다. 귀에는 자신을 해부하려는 자들의 낄낄거리는 농담이 환청으로 들리기 시작했었다. 그런 역겨운 기분의 잔상들이, 그 마도사들의 웃음과 잔인한 형상들이, 남은 한쪽 눈으로 내려다 본 자신의 왼쪽 안구가 마도사의 손에 들려져있는 핏빛의 광경마저도 지금,
그의 주위에서 춤추는 공포들을 앙젤리코가 서서히 몰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