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방문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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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5
나는 아즈루의 옷을 갈아입힌 후 , 아즈루의 왼손을 붙잡고 긴 중앙 복도를 지나, 별관으로 가는 복도로 나갔다.
별관으로 가는 복도는, 긴 개방형의 목조 건물이기 때문에, 봄바람이 잔잔하게 불어오면 매우 시원했다.
처마도 매우 길게 양쪽으로 뻗어있다보니 이곳은, 여름에 얇은 옷차림으로 앉아있기만 해도 시원할 정도였다.
복도 울타리 옆으로, 손질을 해놓은 작은 화단들이 보였다.
화단에는 아직 자라지 않은 초목들만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아즈루에게 하나하나 설명해주며, 천천히 복도를 지나가고 있을때 즈음,
갑자기 별관으로 올라가는 문앞에 사람의 다리 하나가 보였다.
매끈한 종아리로부터 발끝까지만 보였는데, 발끝에는 홍매색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었다.
아무래도 여자의 다리인 듯 했다.
" ....? "
" 스..스승님 히..히익 다리..! "
" 쓰..쓰러진건가..? "
나는 허리를 숙이고 앉아, 손가락으로 매끈한 종아리를 살짝 눌러보았다.
' ........ '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즈루는 내 등뒤에 서서 오비를 붙잡고, '히잉 ㅡ' 연신 신음소리만 내며 벌벌 떨었다.
무서운건 나도 마찬가지 였기에,
이번엔 용기를 내 손으로 종아리를 붙잡았다.
그순간
" 아 ㅡㅡ 아앙 ! "
성인의 나이에 가까운 사람이라면, 한번쯤 아니 수십번 이상 들어봤을 법한 이상 야릇한 소리가 귀를 거세게 파고들었다.
소리를 듣고난 직후, 온몸의 구멍이란 구멍에 작은 솜털들이 단체로 들어간 듯한, 그런 붕 뜨고 간드러지는 기분이 들었다. '설렘' 이라기에는 범위가 좁았고, '성욕' 이라 하기에는 너무 얕게 느껴지는 , 그런 애매모호한 감정이었다.
" 잠깐 ㅡ, 학생 ! 만지려면 그 위에까지 만져야하지 않겠어 ? 후훗. "
소리를 듣고 수초동안 느껴진 감정에 감탄하고 있던 사이에, 하나만 보이던 매끈한 종아리는 사라지고, 다리를 베베 꼰채로 앉아있는, 풍만한 몸을 가진 여성이 눈웃음을 치며 앉아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바로 '아스텔' , 우리집에 산지 15년도 더 된, 인간나이로 치면 1000살 가까이 먹은 엄연한 '마계인-마녀' 다.
아스텔은 허리께까지 덮는 길고 풍성한 금빛 웨이브를 지녔는데, 마치 수확기의 곡식들판을 연상케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남자라면 아스텔을 보았을때, 머리칼 보다 먼저 들어오는 신체 부위가 보이게 되는데,
그 신체 부위는 눈부신 빛을 머금고 반짝이는 머리칼이 움직이는 것을 따라 탄력있게 흔들렸다.
아스텔은 일부러 머리를 정리하는 체 하며 연신 고개를 치켜들었다가 내 옆에있는 아즈루를 향해 허리를 숙이고 흐음 ㅡ 하며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녀가 입은 검정 레이스 톱이 적나라 하게 보였다. 레이스톱은 빵 두개 처럼 부풀어 오른 그 신체부위를 V자로 꾸며주고 있었는데, 작은 포도알 크기가 좀 안 되어 보이는 것이 나시 안에서 두 개 솟아 있었다.
그녀가 거리를 좁혀 온 순간 이름 모를 꽃의 향도, 세탁한 이불의 깨끗한 향도 아니지만 어딘가 포근한 미지의 내음이 났다.ㅡ
15년이상 그녀와 지내면서, 항상 보는 것이었지만, 그녀의 신체부위가 보여질때마다,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나의 공상속 '욕망의 항아리' 에서 절대로 꺼내서는 안 될, 소중한 카드를 꺼내야만 할 것 같았다.
나는 여성의 몸중에서 그 신체부위에 제일 약하기 때문이었다.
라고 서술하며, 그녀의 '눈에 띄는 신체부위'를 순간적으로 응시했다.
그렇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남자의 본능. 설렘도, 성욕도 아니었다.
아즈루의 이야기가 18세 소년의 망상적인 자서전이 되어버릴 것 같아, 그녀에 대한 서술은 여기까지 하기로 한다.
"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누가 들으면 오해 하겠어. "
" 후후후.. 언제나의 장.난 이잖아 ? 도련님. "
" 으...우우와앗 ! 크...크다.. "
아즈루도 그녀의 신체부위를 보고 놀란듯, 아스텔이 허리를 숙이고 다가오자 뒷걸음질을 쳤다.
속옷도 입지않은 형태였으니, 5살 아이의 교육에는 좋지않다고 생각했다.
" 어머, 역시 어린아이는 솔직하다니까 귀여워라 ~ "
아스텔이 아즈루의 머리 형태를 마구잡이로 하며 쓰다듬었다.
"....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야 . 마녀씨 "
" 마죠상 ㅡ ,이라니 귀엽잖아 그 말 !! 우리 도련님 애칭 붙이는 스킬이 많이 늘었다고 ? 정말 많이 변했어. "
" 이건 일부러 한말이다만... "
" 그게 ㅡ 너무나 심심해서 . 이렇게 하고 있으면 누군가 놀라줄줄 알았다구 . 햇볕이 조금 따스해서, 마루바닥에 누워 낮잠 자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고 "
" 그렇게 입고있으면, 감기 걸리니까 "
" 마녀를 걱정해주는거야? 후후. 인간들이 걸리는 감기정도는 치명상이 전혀 없으니까 안심하라구. 옆에있는 꼬마 도련님을 걱정해야 하지 않을까 ? "
아스텔이 허리를 다시 피며 금빛 머리칼의 정리를 위해 살짝 고개를 좌우로 움직였다.
흔들리는 머리칼과 함께, 그녀의 신체부위도 같이 유연하게 움직였다.
팔을 굽혔다 피면, 그것은 유연하게 작용 반작용의 법칙 처럼 따라 붙었다 떨어졌다 했고, 손을 조금만 위로 올리면 아래로 끌어당겨지며 마치 물이 가득 찬 물풍선처럼 흔들거렸다.
그리고, 그것이 움직일때마다, 아즈루의 시선도 같이 따라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나이를 불문하고 ㅡ, 그녀를 바라보았을때 가장 눈에 띄게 보이는 그것은 누구든지 간에 시선을 사로잡힐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 아, 안녕하세요.. 텐류사이 아즈루 라고 합니다.. "
" 아아 ㅡ,! 텐류사이 ! 너가 아즈루구나 "
" 에...예에..? "
" 후후, 너희 어머니 아야나짱과는 , 아주 친한 사이라구. 아야나 '쨩'이라고 부를 정도로 말이지 "
아스텔은 오랜 친구라도 만난 듯한 , 그리운 표정을 지으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 흐음 ㅡ, 이제 너방 가는 길이었구나. "
" 뭐 그렇지. 아즈루가 배고프다고해서 도장에 온김에 만나는 사람들마다 간단하게 소개를 시켜주고 있었거든. "
" 어머, 배고프구나. 누나가 별사탕 하나 줄까 ? "
" 아즈루 , 누나처럼 보이지만 누나는 아니야. "
" 에..에에... 그...그럼 .. "
" 너무하네 도련님~ 아까 야한 농담했다고 화내는거야? "
" 어린아이 앞이잖아, 배려해줘 "
" 알겠다구. 못당하겠네. 아즈루군 누나는 '아스텔씨' 라고 부르면 돼. "
결국 누나잖아 !
"아..아스텔씨.. "
" 아야나짱이 아들 하나는 잘 낳아놨는걸 ~ 미래가 기대돼 우후후 "
어떤 미래를 바라는거냐... 마녀가 따로없네.
" 자, 이제 가자 아즈루. 배 많이 고플 것 같네 .인사도 많이 했으니까 "
" 네! 스승님! 아..아스텔 누...아니 아스텔씨! 별사탕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오 ㅡ "
" 응응 그러렴 ~ 다음에 또 보자꾸나 "
아스텔은 우리가 온 반대방향의 복도로 걸어가면서 아즈루에게 손을 살짝 흔들어 주었다.
그녀의 본색을 알고있는 나는 , 그 살랑거리는 미소조차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그녀가 가는 것을 지켜보다가, 뒤를 돌아가려는 순간
" 아 ㅡ 맞다 사쿠라기. 얘기해 줄게 있는데. "
" ....? "
" 아니야 뭐 상관없나. 어차피 말해주지 않아도 결과는 정해져 있을 것 같거든. "
" 무슨 얘기를 하는건지.. "
" 저녁때 보자 ~ "
" ......... "
" ? 스승님 .. 안가고 뭐해요 ? "
" 아니 .. 아무것도 아니야 "
좋지않은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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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
사쿠라이 도장에는 총 서른개의 방이 있다. 그중에서도, 본관에는 스물 , 별관에는 열개가 있었는데 별관은 오래전부터 창고로 이용되어 왔었다고 한다. 나는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지라 중학교 이후부터는 본관에서 별관으로 방을 옮겼다.
이후, 나는 중학교때부터 책을 수집하면서부터 방에 놔두기 힘들정도로 책이 많아지자, 아버지가 별관에 내 방과 연결하여 다다미 스무평 정도 되는 목재 창고 공간을 정리한 작은 도서실 만들어 주었다.
도서관 내부에는 통풍이 잘 되도록, 작은 나무창문과 문이 세개정도 나 있는데, 문 하나는 내 방과 연결 되어 있고, 다른 하나는 헌책을 담아두는 창고, 다른 하나는 본관 뒤 정원과 연결되어 있다.
도서관에는 책을 오랜 시간 조용히 읽을 수있는 나만의 공간이었는데, 간혹 도장에 사는 사람들이 책을 몇권 씩 빌려가곤 했다. 내 키로 겨우 손 닿을만한 큰 5개의 책장이 연이어 도미노처럼 있고, 남는 공간 일부에는 라이라와 하나비가 기른 난초화분 몇개로 장식하고, 앉아 읽을 수있게 솜방석을 여러개 깔아두었다.
솜방석이 깔린 곳 옆에는, 작은 수납장이 있는데, 수납장 안에는 약간의 요기를 달랠 수있도록 화과자나, 앙젤리코와 마카로니에게 받은 서양식 간식들 (마카롱 이나 머랭쿠키.. 라고 했던 것 같다. ) 들이 항상 놓아져 있었다.
도서관은 내가 도장 내에서 가장 아끼는 공간이었으며, 도장사람들과 소통할 수도있고, 지식을 쌓을 수있는 양식이 되는 안식처 같은 곳이었다.
이 작은 도서실이 ( 도서관이라기에는 거창하므로 도서실이라고 부른다. ) 내 방과 연결 되어있다는 사실에 나는 늘 행복했다.
, 나의 이 소중하고도 안락한 공간을 아즈루에게 소개할 상황을 상상하니 오랜만에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배가 고프다기도 했고, 먼저 방을 보여 준 후, 도서실을 보여주며 같이 담소를 나누며 과자를 주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별관 복도를 걸으며 별관에 같이 살고있는 두개의 쇼지문(일본식 장지문)을 지난 후, 내 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은 아침에 깔끔히 정리해 놓고간 그대로 였다. 내 방은 평소에 자주 치웠기 때문에, 누군가가 언제든지 들어와도, 예의를 차릴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아즈루는 방 문을 열자마자, 내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 스..스승님 우와! 진짜 넓어요 ! 방 두개는 합친 것 같은데요 ! 역시 사쿠라이 도장은 이렇게 큰 방이 여러개이고도 남는구나 ....! "
" 아즈루, 텐류사이 도장도 꽤나 큰 곳이라고 들었는데. "
" 으음 ㅡ, 저희집은 한 반정도 되려나요 ? 십수채 정도의 방은 있어요. 정원까지 합치면 반보다는 작지만요. "
" 충분히 크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하나사키 시에서 큰 집을 보기는 힘드니까. "
아즈루는 내 방의 이곳 저곳을 둘러보았다. 후스마(창호지 문)을 열었다 닫었다 하거나, 벽에 있는 후스마를 열어서 이불보를 구경하기도 했다. 얌전히 있다가도, 가끔씩 이렇게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 ㅡ 정말 어린아이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귀여워 보였다.
" 우와 ㅡ! 스승님 방에있는 도코노마 (방의 상좌에 바닥을 약간 높여 만들어 놓은 곳으로 ,꽃이나 화병을 장식한다 ) 족자 되게 예쁘네요 ! 나무 판 위에 칼도 여러개 올려져 있구요! 이거 진짜 검인 거죠 ? "
" 응, 하지만 아즈루가 만지기에는 위험하니까 손을 가까이 대지 않는게 좋아 "
" 아.. 네 ! "
내 방의 도코노마 위에는, 태어났을때부터 인도받은 일본도 부터 현재 쓰고 있는 일본도까지 3개정도가 장식이 되어 있었다. 아즈루의 손이 닿는 위치에 있었기에, 위험할까봐 만지지 못하도록 주의를 주었다.
" 스승님, 이 책들은 스승님이 다니시는 고등학교의 책들인가요 ? "
" 아아 ㅡ, 응. 3학년 수학이라고 쓰여져 있네. "
" 스승님 스승님!! 이것보세요! 후스마에 그림이 그려져 있네요 ! 멋진 매화에요 ! "
" 봄꽃을 좋아 하는지라, 이방에다가 붙이고싶다고 아버지께 부탁했어. "
" 헤헤... 어 ! TV도 있네요 ! "
이리저리 질문하며 행복한 표정으로 방을 둘러보고 있는 아즈루를 보니, 아까의 전투는 잊은 듯한 모습인듯 해,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후
(꼬르륵 ㅡㅡ)
아즈루의 웃음 소리가 사라지며 다시 대지를 뒤흔드는 듯한 5살 소년의 힘찬 배울림만이 들려왔다.
" 에..헤헤ㅔ.. "
아즈루는 머쓱한듯이, 다시 귀가 빨개지며 뒷머리를 박박 긁었다.
더이상은 지체하면 안되겠다 싶어, 도서관을 소개하면서 과자를 주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 아즈루, 너에게 좋은 곳을 보여줄게 . 배고프니까 간식도 먹고 . "
" 우와 ! 스승님과 과자라니 정말 좋아요 ! "
방 가장 안쪽에 있는, 후스마를 열면 작은 목재 미닫이 문이 나오는데, 바로 도서실과 연결된 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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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도서실 문을 열었다.
도서실 문을 열면 ,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내가 가장 자주읽는 고전소설 전집들이 빼곡히 박혀있는 책장이 보인다.
" 우..우와 ! 진짜 큰 책장이에요 ! 여긴 서재인가요 ? "
" 응, 나는 도서실이라고 부르지만 "
" 되게 어려운 한자들이 많이 적힌 책이네요..헤ㅔㅎ.. 아즈루는 읽지 못하려나.. "
" 아직은 어렵지만, 곧 잘 읽을 수 있게 될거야 "
" 네 ! "
아즈루와는 첫번째 책장을 잠깐 살펴본후, 두번째 책장을 보기위해 왼쪽 모퉁이를 돌았다.
두번째 책장이 나타났어야했지만 .... 잠시후 아즈루가 뒷걸음질을 치며 곤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 무슨 일이야 아즈루 ? "
" (그..그게.....)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