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티 : ...라고 말해 주시면 돼요. 간단하죠? 라이라 씨를 불러오는 주문.

사쿠라기 : 그래. 말한다.

베티 : ...(수 초 후에 도련님이 주문을 입에 담으면, 나는 존재하지 않게 되겠지. 

영혼도 정신도 소멸하게 되는 거야. 이 심장이 멎는다면.)

사쿠라기 : 그런데 그럴 수는 없지.

네가 뭘 하려는 생각인 지는 대충 눈치 챘고, 이걸 아무 영문을 모르는 일반인인 나에게 부탁하는 게 이상해.

베티. 믿을 것 같아? 라이라가 돌아온다는 말.

베티 : 아니에요.

사쿠라기 : 어째서 나를 속이는 거야.. 어째서! 이미 충분히 나는 상처받을 대로 받아왔어. 어머니 일 때부터....엘로샤르프 란 자와 엮여서..

지금... 이렇게 무력하게..소중한 이들을 잃고 돌아왔는데

베티 : 도련님이나 작은 도련님을 두고 갈 수 없다는 건 알아요. 제 일생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거기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젠 끝이잖아요?

이 일상이 계속되기를 멈추었으니까, 저는 여기 머무를 수 없어요.

제가 짧게나마 머물렀던 이 가장 소중한 곳의 주인님께 부탁하는거예요. 이전의 주인님은...없어졌으니까....저는

사쿠라기 : 미우에겐 작별 인사 했어? 하지 않았지? 자... 다시 생각해서..

베티 : 작은 도련님께는 일부러 말하지 않았어요. 슬퍼하실테니까.. 

제 수명은 아직 도련님의 수명보다도 훨씬 많이 남았을 거예요.

그러면 도련님이나 작은 도련님이 돌아가시는 것도 이 두눈ㅇ으로 똑똑히 보게 되겠죠.

전 그런게 싫은 거예요.

사쿠라기 : 난..절대...못 해. 이건 살인 행위라고! 게다가 함께 웃어왔던 사람들을 이제 더 잃고 싶지도 않아!

베티 : 저는 도장을 지킬 자신이 없어요.


-



미우 : 아무에게도..부탁 안했어!

베티 : !!......

미우 : 아무에게도 부탁 안 했다고, 빌어먹을!

엄마한테도, 형한테도, 아버지한테도, 베티 너한테도!

도장의 우리를 지켜달라고 난 안 했어!

그런데도 다들 사라져갔어...다들.. 이곳을 지키느라고...

베티. 네가 사라진다고 하면 우리는 어떨 것 같아?

베티 : 어쩔 수 없어요! 라이라 님이 사라졌다는 건, 제게 주어진 자유도 사라졌다는 거예요!

어서 제게 주어진 삶을, 거두어 가 달라는 거예요!

도련님들에게 부탁하는 건... 무리라는 걸 알지만....저는 더 이상 살아갈 용기가 없어서!



-


베티 : 부탁이에요, 코드를 말해주세요! 사쿠라기 도련님, 당신이 가진 마력이면 충분해요!



-


< 과거 > 


감독관 : 베이가-93! 93번!

베티 : 예, 옙!!!!

감독관 : 마계 중앙국 소도서관의 경비원으로 발령이 났다. 테스트에서 높은 성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베티 : 마,마계 중앙국 도서관이욧??!!!!!

감독관 : 19번, 82번, 34번, 65번, 91번! 이 다섯 체는 나를 따라오도록 해라.

19번 : 축하해, 93!

베티 : 헤헤, 19! 너는 좀더 특별한 곳으로 가나보지? 있다 알려줘!

34번 : 감독관님. 저희는 어디로 가게 되나요?

감독관 : 너희는 테스트를 통과받지 못한 품번들이다.

93번! 가까이 오지 마! 귀를 막아라.

베티 : 에? 귀..귀요?

감독관 : ㅡㅡㅡㅡㅡㅡㅡㅡ.

19번 : ....

(털썩)

베티 : ??!!!!!!!...ㅁ,.무슨! 잠깐만!

감독관 : 93번, 물러나라고 했다!

베티 : 비, 비켜! 내 귀에 손 대지 마! 19번, 34번!!!!!!!!! 으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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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곧 어린시절부터 , 도장에는  신야 형과 나, 그리고 아버지. 이렇게 셋이서 지내왔다. 

어머니는 나를 낳고, 시름시름 앓다가 몇달 후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이후 아버지는 패닉에 빠지셨고, 도장의 모든 시종들과 방에 지내고있던 수련생을 모두 내쫓았다고 한다. 그리고 유일하게 형인 신야와 나만을 곧게 길렀다. 남자셋만 있는 , 여자의  손길이라고는 전혀없는 칙칙한 일본 검술 제 일류 화도류 도장으로 변했다고, 꽃(여자)가 없다며 세간에서는 수군댔지만 아버지는 나와 형에게 열정을 쏟으며 검술의 계승에 힘쓰셨다.


화도류 19대 계승자는 언제나 우월한 신야형이었고, 나 또한 그런 형을 존경했었다. 열등감? 당연히 느꼈다. 중학생이 되고나서, 나의 열등감은 심해졌다. 형은 외모도 나보다 훨씬 빼어났고, 성격도 매우 신사적이었다. 언제나 '완벽하고 빼어난' 신야군. 이라는 꼬리표가 형을  따라다녔다. 질투보다는 열등감에 가까웠던 내 감정을, 나는 16년 인생동안 줄곧 숨겨왔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형을 제 19대 계승자로 만들기위해서. 나는 늘 형에게 져야했고, 참아야했다. 형과 언제나 같이 화도류 수련을 받아와서 모든 기술을 같이 습득했지만, 인정받지 못했다. 단지 동생이라는 이유로.



그것은,

과연, 동생이기 때문인걸까?



.
.
.


하지만, 결국 19대 계승자는 내가되었다.

형은, 도장을, 아버지를, 나를, 화도류를, 배신했다.

그리고 그는 더이상 '나의 자랑스러운' 신야형이 아니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세그웨이도 , 스마트폰도 없었던 '메일'에 의존했던 시대의 이야기.

신야형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



-




<사쿠라이 사토>



방아깨비가 방아 찧는 소리와 풀벌레의 속삭임 만이 들려오는,

빠알갛게 물든 벚나무와 단풍잎이 흩날리는 고등학교 1학년의, 가을이었다.

나는 여느때처럼, 마루에 손깍지를 끼고 누워, 처마를 바라보며 계절을 만끽하고 있었다.


내가 살고있는 사쿠라이 도장은, 도심에 있긴하지만 꽤나 마을 구석에 있어서, 조용했고 공장단지와도 멀고 식물이 많이 심어져 있어서 공기가 나쁘지 않았다. 1년 내내, 료칸에 있는 기분.



' 하암 ㅡ, ' 



봄에 졸리다는 춘곤증. 하지만 나는 하곤증 ,추곤증,동곤증... 다 갖다 붙여도 될 정도로 늦은 점심을 먹고난 오후 주말에는 항상 졸렸고, 어김없이 하품 세례를 했다.

양식을 쌓는 계절 가을에 , 나는 졸음만을 쌓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누워서 가을 바람과 풍요로운 계절의 여유를 느끼는 것은 , 나쁘지 않다.


' 아아, 맞다 . 지금 몇시지? '


손목에 찬 실끈 여러겹으로 만들어진, 줄시계를 보았다.

큰아버지가 억지로 붙여준 약혼녀인 '신지 스미레'가 만들어준, 줄시계 였다.

실로 매듭을 단단하게 묶은 듯 한데, 백옥색과 홍매색이 섞인, 싸구려 막대사탕같은 배색의 실들로 엮여 있었다. 줄시계는 자꾸 늘어나서 헐렁해 졌고, 매일같은 수련때문에 땀이 배겨 흙빛으로 꼬질꼬질 해졌다. 


" 카악 ㅡ! 구려!! 냄새 !!! 이게 내 냄새라고? "


충격적인 냄새때문에 얼굴이 저절로 일그러지고, 말이 밖으로 나왔다. 

사내의 냄새란 이런걸까.


시계줄의 냄새를 맡아본 순간, 몇주 전의 일이 스쳐 지나갔다.



-



( 몇주 전 )


' 절대로 풀지 말고, 알았지ㅡ? 귀찮아도 하고있어. '

' 시계따위를 손목에 왜 차는건지, 땀차서 싫거든. '

' 하아.. 나도 만들고 싶어서 만든건 아니야 사토군. 어머니께서 직접 만드는걸 알려줄테니까 너한테 선물하라고 하셨어. 그냥 실로만든 줄시계여도, 소망을 담아서 만든 시계니까, 부적이라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지 ' 

' 케엑.. 구려 . 헤이세이 시대라고 이제? 쇼와는 이미 지났어. '

' 나도 이런 소꿉장난 싫다구.. 정말이지.. '

' ... 으음.. 뭐,.. 일단 어머니께서 주셨다고 하니까 성의는 보일게. 끊어질 때까지 말이지 '

' 선물을 누가 주는건지 원.. '



-


' 벌써 세시네 ? 음.. 두시 반부터 수련 시간이었는데, 뭐 형이 자알~ 해줄테니 상관없나? '


알아서 잘 되겠지. 라고 생각하며 눈을 붙이려던 그순간 이었다.



" 또 땡땡이구나? 사토ㅡ "

" ..... "


그닥 반갑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반쪽눈을 감고, 다른 반쪽눈을 떠서 위로 치켜떠보니, 생글생글 ㅡ, 기분나쁜 웃음을 지으며 신야형이 서있었다.


'사쿠라이 신야.' 두달전에 20살이 된 내 형이었다.



" 사토, 아버지가 아시면 혼날께 뻔하다구 ? "

" 남이사. 계승자는 어차피 형이니까 나정도는 떙땡이 쳐줘야 인지상정 아니겠어 ? "

" 어릴적에 나쁜놈들을 모두 때려잡는 검사가 된다고 하지 않았었나? 후후. "

" 그....그런건 제발 잊으라고 ......! ! 대체 10년도 더 된 이야기를 계속 기억하고 언급하는 이유가 뭔데?! "


요괴놈 !

툭하면 10년전 나의 거만함을 데리고 와서는, 내앞에서, 그리고 내가있는 사람들 앞에서 종종 창피를 주곤 했다.


" 너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싶거든.  열심히 하는 사토는 멋있으니까. "

" 그런말로 회유할 생각마 . 어차피 요즘 운동도 제대로 안해서 근육도 다 풀어졌어. "

" 아버지께서 걱정하셔. "

" 공부하면 되잖아 그럼? 난 학문의 길을 걷겠어 . "

" 얼마전에, 학교에서 전화왔었어. 너 편차치 50이라고. "

" 윽.... "


50.이면... 아직 1학년이니까 괜찮겠다고 생각했었다.

저대로 가면 전문대학의 체육대학 밖에 못가게 생겼지만.  


" 하하. 언제나 사토는 재밌다니까. 옆에 앉아도 되는거지 ? "

" 어차피 형집이 될껀데 나한테 왜 묻는거야. 알아서 해 "

" 질투하는 거야? 집은 너 명의로 해도 되는데. "

" 앉지 말라고 비꼬는 거라고 . 나 참. 좀 자려고 했더니 "

" 그래, 사토의 비꼬는 말좀 더 듣고 가야겠다. "

" ...... "


입이 오키나와까지 대빨 나온 내 입술을 보고 어쩔 수 없네ㅡ,라는 표정을 지으며 신야형은 누워있는 내 근처 옆 마루에 거리를 조금 두고 다소곳이 앉았다.

앉는 모습 조차도 점잖고, 분위기 있었다. 앉아있는 신야 형을 보면, 마치 차와 오챠즈케(다과들)를 갖다 바쳐야 할 것 같은 분위기 였다. 항상 차분하고, 예의바르고, 침착했다.


신야형은 깔끔히 정돈된 윤기나는 까만 흑발과 대조되는, 남자 치고 꽤나 백옥같은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우윳빛 피부와는 정반대로, 단단하게 다져진 근육질 몸과 굵은 목, 그리고 단단한 종아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는 '남성 스럽다' 라는 느낌을 확실히 받을 수 있는 남자였다.

신야형은 운동이면 운동, 공부면 공부, 인간관계면 인간관계 , 모두 잘 하는 성격이었고, 나는 항상 그 옆에 있으면 우주의 먼지가 되어 사라져버리고 싶을 정도로 열등감만  느껴졌다.   



완벽하고 신사적인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신야형은 은근히 심술 궃었고, 언제나 생글생글하고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ㅡ, 나를 고양이 공굴리듯이, 가지고 놀았다. 



" 사토, 스미레랑은 잘 되어가? "

" 다짜고짜 걔 얘기부터냐고... 그닥... 똑같지 뭐. "

" 2년이나 사귀었으면, 지금쯤이면 많이 좋아하지 않아? "

" 여자한테 딱히 관심없다고 그때도 말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야. "

" 그래? 저런, 사토는 남자를 좋아하는 거였구나. "

" 아니거든?! 난 단지 여자가슴이 좋을 뿐이라고. 이성적인 사랑은 느껴본 적도 없고.. "

" 변태네. "

" 변태 맞아. "

" 그 점에서 스미레는 사토 너에게 딱인걸? 공부도 잘하고, 너랑달리 야마토 나데시코처럼 점잖고, 얼굴도 꽤 예쁘지. 그리고 무엇보다... "

" 가슴이 크지. "

" 거기 만큼은 긍정하는구나 . 하하 "

" 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오히려 귀찮아 죽겠다고. 어릴때 잠깐 1~2년 놀던 사이인데 다시 봤다고 해서 친해질리도 없잖아? 사춘기 소년소녀에게 제일 무리. 정말 무리. "

" 사토는 항상 긍정적이었는데 말이지, 어느 순간부터 이렇게 되었다니까. "

" 옛날 이야기는 하지 말자구요 어머님. "



신야형의 말 이 맞다.

그랬었다.

나는 항상 긍정적이었고, 밝았다. 즐거운걸 좋아했고, 친구들을 많이 웃겨주기도 했었다.

자신감 넘쳤고, 엄마가 곁에 없어도 늘 행복했다.


내가 본가의 자식이 아니 었다는 것을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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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5



나는 아즈루의 옷을 갈아입힌 후 , 아즈루의 왼손을 붙잡고 긴 중앙 복도를 지나, 별관으로 가는 복도로 나갔다.

별관으로 가는 복도는, 긴 개방형의 목조 건물이기 때문에, 봄바람이 잔잔하게 불어오면 매우 시원했다.

처마도 매우 길게 양쪽으로 뻗어있다보니 이곳은, 여름에 얇은 옷차림으로 앉아있기만 해도 시원할 정도였다.


복도 울타리 옆으로, 손질을 해놓은 작은 화단들이 보였다. 

화단에는 아직 자라지 않은 초목들만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아즈루에게 하나하나 설명해주며, 천천히 복도를 지나가고 있을때 즈음,



갑자기 별관으로 올라가는 문앞에 사람의 다리 하나가 보였다.

매끈한 종아리로부터 발끝까지만 보였는데, 발끝에는 홍매색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었다.

아무래도 여자의 다리인 듯 했다.



" ....? "

" 스..스승님 히..히익  다리..! "

" 쓰..쓰러진건가..? "



나는 허리를 숙이고 앉아, 손가락으로 매끈한 종아리를 살짝 눌러보았다.


' ........ '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즈루는 내 등뒤에 서서 오비를 붙잡고, '히잉 ㅡ'  연신 신음소리만 내며 벌벌 떨었다.


무서운건 나도 마찬가지 였기에, 

이번엔 용기를 내 손으로 종아리를 붙잡았다. 



그순간 




" 아 ㅡㅡ 아앙 ! "


성인의 나이에 가까운 사람이라면, 한번쯤 아니 수십번 이상 들어봤을 법한 이상 야릇한 소리가 귀를 거세게 파고들었다.

소리를 듣고난 직후, 온몸의 구멍이란 구멍에 작은 솜털들이 단체로 들어간 듯한, 그런 붕 뜨고 간드러지는 기분이 들었다. '설렘' 이라기에는 범위가 좁았고, '성욕' 이라 하기에는 너무 얕게 느껴지는 , 그런 애매모호한 감정이었다. 



" 잠깐 ㅡ, 학생 ! 만지려면 그 위에까지 만져야하지 않겠어 ? 후훗. "



소리를 듣고 수초동안 느껴진 감정에 감탄하고 있던 사이에, 하나만 보이던 매끈한 종아리는 사라지고, 다리를 베베 꼰채로 앉아있는, 풍만한 몸을 가진 여성이 눈웃음을 치며 앉아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바로 '아스텔' , 우리집에 산지 15년도 더 된, 인간나이로 치면 1000살 가까이 먹은 엄연한 '마계인-마녀' 다. 

아스텔은 허리께까지 덮는 길고 풍성한 금빛 웨이브를 지녔는데, 마치 수확기의 곡식들판을 연상케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남자라면 아스텔을 보았을때, 머리칼 보다 먼저 들어오는 신체 부위가 보이게 되는데,

 그 신체 부위는 눈부신 빛을 머금고 반짝이는 머리칼이 움직이는 것을 따라 탄력있게 흔들렸다. 

아스텔은 일부러 머리를 정리하는 체 하며 연신 고개를 치켜들었다가 내 옆에있는 아즈루를 향해 허리를 숙이고 흐음 ㅡ 하며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녀가 입은 검정 레이스 톱이 적나라 하게 보였다. 레이스톱은 빵 두개 처럼 부풀어 오른 그 신체부위를 V자로 꾸며주고 있었는데, 작은 포도알 크기가 좀 안 되어 보이는 것이 나시 안에서 두 개 솟아 있었다.

그녀가 거리를 좁혀 온 순간 이름 모를 꽃의 향도, 세탁한 이불의 깨끗한 향도 아니지만 어딘가 포근한 미지의 내음이 났다.ㅡ


15년이상 그녀와 지내면서, 항상 보는 것이었지만, 그녀의 신체부위가 보여질때마다,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나의 공상속 '욕망의 항아리' 에서 절대로 꺼내서는 안 될, 소중한 카드를 꺼내야만 할 것 같았다.

나는 여성의 몸중에서 그 신체부위에 제일 약하기 때문이었다.


라고 서술하며, 그녀의 '눈에 띄는 신체부위'를 순간적으로 응시했다.

그렇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남자의 본능. 설렘도, 성욕도 아니었다.


아즈루의 이야기가 18세 소년의 망상적인 자서전이 되어버릴 것 같아, 그녀에 대한 서술은 여기까지 하기로 한다.


"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누가 들으면 오해 하겠어. " 

" 후후후.. 언제나의 장.난 이잖아 ? 도련님. " 

" 으...우우와앗 ! 크...크다.. "


아즈루도 그녀의 신체부위를 보고 놀란듯, 아스텔이 허리를 숙이고 다가오자 뒷걸음질을 쳤다. 

속옷도 입지않은 형태였으니, 5살 아이의 교육에는 좋지않다고 생각했다.


" 어머, 역시 어린아이는 솔직하다니까 귀여워라 ~ " 


아스텔이 아즈루의 머리 형태를 마구잡이로 하며 쓰다듬었다.


"....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야 . 마녀씨 "

" 마죠상 ㅡ ,이라니 귀엽잖아 그 말 !! 우리 도련님 애칭 붙이는 스킬이 많이 늘었다고 ? 정말 많이 변했어. " 

" 이건 일부러 한말이다만... "

" 그게 ㅡ 너무나 심심해서 . 이렇게 하고 있으면 누군가 놀라줄줄 알았다구 . 햇볕이 조금 따스해서, 마루바닥에 누워 낮잠 자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고 "

" 그렇게 입고있으면, 감기 걸리니까 "

" 마녀를 걱정해주는거야? 후후. 인간들이 걸리는 감기정도는 치명상이 전혀 없으니까 안심하라구. 옆에있는 꼬마 도련님을 걱정해야 하지 않을까 ? "


아스텔이 허리를 다시 피며 금빛 머리칼의 정리를 위해 살짝 고개를 좌우로 움직였다.

흔들리는 머리칼과 함께, 그녀의 신체부위도 같이 유연하게 움직였다. 

팔을 굽혔다 피면, 그것은 유연하게 작용 반작용의 법칙 처럼 따라 붙었다 떨어졌다 했고, 손을 조금만 위로 올리면 아래로 끌어당겨지며 마치 물이 가득 찬 물풍선처럼 흔들거렸다.

그리고, 그것이 움직일때마다, 아즈루의 시선도 같이 따라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나이를 불문하고 ㅡ, 그녀를 바라보았을때 가장 눈에 띄게 보이는 그것은 누구든지 간에 시선을 사로잡힐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 아, 안녕하세요.. 텐류사이 아즈루 라고 합니다.. "

" 아아 ㅡ,! 텐류사이 ! 너가 아즈루구나 "

" 에...예에..? "

" 후후, 너희 어머니 아야나짱과는 , 아주 친한 사이라구. 아야나 '쨩'이라고 부를 정도로 말이지 "


아스텔은 오랜 친구라도 만난 듯한 , 그리운 표정을 지으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 흐음 ㅡ, 이제 너방 가는 길이었구나. "

" 뭐 그렇지. 아즈루가 배고프다고해서 도장에 온김에 만나는 사람들마다 간단하게 소개를 시켜주고 있었거든. "

" 어머, 배고프구나. 누나가 별사탕 하나 줄까 ? "

" 아즈루 , 누나처럼 보이지만 누나는 아니야. "

" 에..에에... 그...그럼 .. "

" 너무하네 도련님~ 아까 야한 농담했다고 화내는거야? "

" 어린아이 앞이잖아, 배려해줘 "

" 알겠다구. 못당하겠네. 아즈루군 누나는 '아스텔씨' 라고 부르면 돼. "


결국 누나잖아 !


"아..아스텔씨.. "

" 아야나짱이 아들 하나는 잘 낳아놨는걸 ~ 미래가 기대돼 우후후 "


어떤 미래를 바라는거냐... 마녀가 따로없네. 


" 자, 이제 가자 아즈루. 배 많이 고플 것 같네 .인사도 많이 했으니까 "

" 네! 스승님! 아..아스텔 누...아니 아스텔씨! 별사탕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오 ㅡ "

" 응응 그러렴 ~ 다음에 또 보자꾸나 "


아스텔은 우리가 온 반대방향의 복도로 걸어가면서 아즈루에게 손을 살짝 흔들어 주었다.

그녀의 본색을 알고있는 나는 , 그 살랑거리는 미소조차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그녀가 가는 것을 지켜보다가, 뒤를 돌아가려는 순간 


" 아 ㅡ 맞다 사쿠라기. 얘기해 줄게 있는데. "

" ....? "

" 아니야 뭐 상관없나. 어차피 말해주지 않아도 결과는 정해져 있을 것 같거든. "

" 무슨 얘기를 하는건지.. "

" 저녁때 보자 ~ "

" ......... "

" ? 스승님 .. 안가고 뭐해요 ? "

" 아니 .. 아무것도 아니야 "



좋지않은 예감이 들었다.




-



006




사쿠라이 도장에는 총 서른개의 방이 있다. 그중에서도, 본관에는 스물 , 별관에는 열개가 있었는데 별관은 오래전부터 창고로 이용되어 왔었다고 한다. 나는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지라 중학교 이후부터는 본관에서 별관으로  방을 옮겼다. 

이후, 나는 중학교때부터 책을 수집하면서부터 방에 놔두기 힘들정도로 책이 많아지자, 아버지가 별관에 내 방과 연결하여 다다미 스무평 정도 되는 목재 창고 공간을 정리한 작은 도서실 만들어 주었다.

도서관 내부에는 통풍이 잘 되도록, 작은 나무창문과 문이 세개정도 나 있는데, 문 하나는 내 방과 연결 되어 있고, 다른 하나는 헌책을 담아두는 창고, 다른 하나는 본관 뒤 정원과 연결되어 있다.


도서관에는 책을 오랜 시간 조용히 읽을 수있는 나만의 공간이었는데, 간혹 도장에 사는 사람들이 책을 몇권 씩 빌려가곤 했다. 내 키로 겨우 손 닿을만한 큰 5개의 책장이 연이어 도미노처럼 있고, 남는 공간 일부에는 라이라와 하나비가 기른 난초화분 몇개로 장식하고, 앉아 읽을 수있게 솜방석을 여러개 깔아두었다.

솜방석이 깔린 곳 옆에는, 작은 수납장이 있는데, 수납장 안에는 약간의 요기를 달랠 수있도록 화과자나, 앙젤리코와 마카로니에게 받은 서양식 간식들 (마카롱 이나 머랭쿠키.. 라고 했던 것 같다. ) 들이 항상 놓아져 있었다.


도서관은 내가 도장 내에서 가장 아끼는 공간이었으며, 도장사람들과 소통할 수도있고, 지식을 쌓을 수있는 양식이 되는 안식처 같은 곳이었다. 

이 작은 도서실이 ( 도서관이라기에는 거창하므로 도서실이라고 부른다. ) 내 방과 연결 되어있다는 사실에 나는 늘 행복했다. 



, 나의 이 소중하고도 안락한 공간을 아즈루에게 소개할 상황을 상상하니 오랜만에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배가 고프다기도 했고, 먼저 방을 보여 준 후, 도서실을 보여주며 같이 담소를 나누며 과자를 주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별관 복도를 걸으며 별관에 같이 살고있는 두개의 쇼지문(일본식 장지문)을 지난 후, 내 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은 아침에 깔끔히 정리해 놓고간 그대로 였다. 내 방은 평소에 자주 치웠기 때문에, 누군가가 언제든지 들어와도, 예의를 차릴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아즈루는 방 문을 열자마자, 내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 스..스승님 우와! 진짜 넓어요 ! 방 두개는 합친 것 같은데요 ! 역시 사쿠라이 도장은 이렇게 큰 방이 여러개이고도 남는구나 ....! "

" 아즈루, 텐류사이 도장도 꽤나 큰 곳이라고 들었는데. "

" 으음 ㅡ, 저희집은 한 반정도 되려나요 ? 십수채 정도의 방은 있어요. 정원까지 합치면 반보다는 작지만요. "

" 충분히 크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하나사키 시에서 큰 집을 보기는 힘드니까. "


아즈루는 내 방의 이곳 저곳을 둘러보았다. 후스마(창호지 문)을 열었다 닫었다 하거나, 벽에 있는 후스마를 열어서 이불보를 구경하기도 했다. 얌전히 있다가도, 가끔씩 이렇게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 ㅡ 정말 어린아이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귀여워 보였다.


" 우와 ㅡ! 스승님 방에있는 도코노마 (방의 상좌에 바닥을 약간 높여 만들어 놓은 곳으로 ,꽃이나 화병을 장식한다 ) 족자 되게 예쁘네요 ! 나무 판 위에 칼도 여러개 올려져 있구요! 이거 진짜 검인 거죠 ? "

" 응, 하지만 아즈루가 만지기에는 위험하니까 손을 가까이 대지 않는게 좋아 " 

" 아.. 네 ! "


내 방의 도코노마 위에는, 태어났을때부터 인도받은 일본도 부터 현재 쓰고 있는 일본도까지 3개정도가 장식이 되어 있었다. 아즈루의 손이 닿는 위치에 있었기에, 위험할까봐 만지지 못하도록 주의를 주었다.


" 스승님, 이 책들은 스승님이 다니시는 고등학교의 책들인가요 ? "

" 아아 ㅡ, 응. 3학년 수학이라고 쓰여져 있네. "

" 스승님 스승님!! 이것보세요! 후스마에 그림이 그려져 있네요 ! 멋진 매화에요 ! "

" 봄꽃을 좋아 하는지라, 이방에다가 붙이고싶다고 아버지께 부탁했어. "

" 헤헤... 어 ! TV도 있네요 ! " 


 이리저리 질문하며 행복한 표정으로 방을 둘러보고 있는 아즈루를 보니, 아까의 전투는 잊은 듯한 모습인듯 해,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후


(꼬르륵 ㅡㅡ) 

아즈루의 웃음 소리가 사라지며 다시 대지를 뒤흔드는 듯한 5살 소년의 힘찬 배울림만이 들려왔다. 


" 에..헤헤ㅔ.. "


아즈루는 머쓱한듯이, 다시 귀가 빨개지며 뒷머리를 박박 긁었다. 

더이상은 지체하면 안되겠다 싶어, 도서관을 소개하면서 과자를 주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 아즈루, 너에게 좋은 곳을 보여줄게 . 배고프니까 간식도 먹고 . "

" 우와 ! 스승님과 과자라니 정말 좋아요 ! "



방 가장 안쪽에 있는, 후스마를 열면 작은 목재 미닫이 문이 나오는데, 바로 도서실과 연결된 문이었다.




-


007



도서실 문을 열었다.

도서실 문을 열면 ,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내가 가장 자주읽는 고전소설 전집들이 빼곡히 박혀있는 책장이 보인다. 


" 우..우와 ! 진짜 큰 책장이에요 ! 여긴 서재인가요 ? "

" 응, 나는 도서실이라고 부르지만 "

" 되게 어려운 한자들이 많이 적힌 책이네요..헤ㅔㅎ.. 아즈루는 읽지 못하려나.. "

" 아직은 어렵지만, 곧 잘 읽을 수 있게 될거야 "

" 네 ! "


아즈루와는 첫번째 책장을 잠깐 살펴본후, 두번째 책장을 보기위해 왼쪽 모퉁이를 돌았다.

두번째 책장이 나타났어야했지만 .... 잠시후 아즈루가 뒷걸음질을 치며 곤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 무슨 일이야 아즈루 ? "

" (그..그게.....)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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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아직 수련한지 채 석달을 넘기지않은, 봄 하늘을 닮은 아이의 첫 이야기. 

 16년도 더 된, 꽤나 오래전의 이야기 이다.

나는 솜털보다도 가볍고 (비유하자면) 그 어떤 물 보다도 깨끗하고 순수한 남자아이를 제자로 삼았다.

18살의 고교생이 '제자'를 둔다는 것은 현대에와서 조금 우스운 일일지도 모르지만, 내가 원하는 일이었고, 그 아이도, 그 아이의 부모도 원하는 일이었다.


내 첫 제자,


'텐류사이 아즈루' 였다.




-


 [ 외전. 첫방문 ]



-


( 삐익 ㅡ )

" 자, 정정당당하게 시작 ! "


심판의 우렁찬 목소리가 연습관내에 호루라기소리와 함께 울려 퍼졌다. 

연습관에는  앉은키가 들쑥날쑥한 어린아이들이 둥그렇게 빙 둘러앉은채로 웅성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도장의 정 중앙에는 대결 구도로 두 어린아이가 서있었다. 이날은 ' 단 ' 진급 시험이었다.

 

보통, 검도 시합이라 하면, 방어구를 차고 , 죽도로 대련하는 것이 보통이나, 우리 '사쿠라이 도장' 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았다. 몸도 단련하여, 검과 자신을 일체시켜 자기 자신도 '검' 으로 인식해야만 했다. 그렇기에,  방어구는 일체 없음. 대련의 경우, 사용하는것은 죽도보다 더 강한 '목도' 였다. 



"안오고 뭐하는거야? 보호구가 없으니 두렵지?─ 그러고도 사쿠라이 도장의 수련생이라고 할 수 있겠냐 ? 맨날 사쿠라기형의 뒤만 졸졸 따라다니면서, 실력은 제일 낮은 주제에! "

"...으..으우...─. " 


대결구도에 있는 한명인, 초등학교 3학년인 꽤나 큰 체격의 까치머리 소년이 죽도를 들고 내 이름을 필사적으로 '언급' 하고 있었다. 연습관에서 단체로 수련하지 않은지 벌써 2년이나 지났건만, 아직도 내 이름이 후배들입에서 오르내리는듯 하였다.

그리고 반대방향에, 체구도 작고, 겁먹은 표정으로 ─ 하늘색 머리에 장신구를 매단 .외관상으로 5살정도 되어보이는 어린아이가 자기 키 만한 목도를 들고 바닥만 쳐다보며 엉거주춤 서있었다.


"하아, 먼저 안오면 내가 먼저 간다구? 관중들이 싫어하니까 말이야 !!ㅡㅡㅡ 정말 내가 6살짜리랑 대결해야겠냐고! 


까치머리 소년의 말이 있은 직후, 장신구를 매단 아이가 무언가를 결심한듯, 도약자세 ─에서 앞발을 힘껏 내딛으며 뛰어나갔다.


" 히야아아압 ! "


(챙 ! ) 


그러나, 두 소년의 자존심을 건 대결은, 겨우 수 초만에 끝나버리고 말았다. 



-



시합이 끝난후, 바닥에 주저앉으며 구슬방울 같은 눈물을 쏟아내고있는 아이를 팔에 들쳐업고, 유유히 연습관을 나왔다. 


" 잉...이이이...잉.. 으엉...흑흑.."

" 괜찮아. 첫 시합이었잖아 ? "


아이를 달래는 것은 18살 먹은 나에게 익숙한 일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동생이라고는 겨우 한살 반정도 아래의 남동생 밖에 없었기에, (그마저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 최대한 에너지를 써서 부드럽게 얘기해보려고 노력했다. 


"스..스승님.. 아니에요.. 정식에서 처음진거지 저는 항상 지는걸요..우잉.. "


아이는 피멍이 든 고사리손으로 눈을 베베 어루만지며 계속해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도복 깃으로 닦아냈다. 

그 손이 안쓰러웠던 나는 자신의 도복깃으로 아이의 눈물을 닦아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위로를 하기위해 아이의 눈을 바라보았다. 


" 아즈루. "

" 예.. " 


그래. 이아이의 이름이 바로 


「텐류사이 아즈루」


" 그래도 오늘은 기본자세도 잘 잡았고, 공격도 잘 피했어. 진게 중요한건 아니니까. " 

"..스승님은.. 어째서 저같은거에게 제일 잘해주시는 건가요? 모두들... 저한테 아호즈루 (아호=바보) 라고 부르는걸요.. 저는 한자도 잘 못읽고, 누나보다 약해서 도장에와서 수련하기로한건데... 스승님이 도와주셔도 이정도밖에 안되는걸요... "

" 그래도 잘 하고 있는 거야. 사람은 저마다 자기만의 속도가 있거든. 아즈루 너는 재능이 있어. 단지 속도가 느릴뿐이야. "


그렇다. 사람에게는 각자 자기마다의 속도가 있다.

예를들어서, 가령 두 사람이 같은 양의 같은 음식을 식탁에 둘러앉아 먹는다고 하자. 

한쪽은 5분만에 다 먹을 수있어도, 다른 한쪽이 5분만에 혹은 그보다 더 일찍 먹을 수있다는 가정은 확실치 않다.

사람은 저마다의 취향과 속도가 있으며, 자기만의 길이 있다. 

아즈루는 '보통의 ' 타인보다 느렸다. 허리띠의 색상이 변하는 속도도, 키가 자라는 속도도, 손이 자라는 속도도, 눈물을 그치는 속도마저도 

 

"...저도 어서 빨라지고 싶어요... 스승님처럼.. "


아즈루는 대답을 하면서도 계속 바닥만을 바라보며 몸을 안으로 움츠렸다. 


눈을 보는 것은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말수가 적은 편이었기 때문에, 대부분 사람들과 대화하는 상황일때, '듣는 쪽'에 속한다. 

듣는 쪽의 사람의 입장을 취하면서,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기에 항상 충실히 사람들의 눈을 바라보고 ,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말하는데 에너지를 별로 쓰고싶지 않기때문에 , 아니 천성적으로 쓸 수 없기에 이정도는 기본적으로 해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아즈루는 얘기할때, 얘기를 들을때 바닥을 바라보거나,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기에 힘들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 아이의 눈을 바라보지 않아도, 아즈루의 발끝에서부터 머리위의 삐져나온 잔머리까지 5살 아이의 분함과 슬픔, 열등감 , 자괴감 모든 감정 전부가 내 손에 묻은 눈물방울로 부터 전해져왔다. 

내가 할 수있는 일은, 이 아이의 기분을 풀어주고, '위로' 해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분명 빨라질 수 있을거야. 참, 도장 뒷편에 내가 사는 집이 있는데, 그곳에 벚꽃들이 화려하게 피어있단다. 같이가서 기분전환하러 가자. "

" 그... 도장 담 너머로 보이는 그 큰 벚나무요? 우...우와! 보고싶어요 ! "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즈루는 우와 ── 하며, 내 허리춤의 오비를 살포시 잡았다. 

아즈루의 얼굴에는 살짝 부푼 미소가 감돌았다. 

나는 다른 한손으로 아즈루의 오비잡은 손을 풀고 내 손을 얹어 주었다.

그리고 본관으로 향했다. 



-


본관에 가기전에, 먼저 언덕에 있는 벚나무를 보기로 했다.

별관 뒷편 수풀을 지나, 벚나무가 있는 언덕으로 향했다.

라이라와 하나비, 그리고 아버지와 베티까지 지난 주말에 같이 정리를 했는데도 , 초목이 다가오는 계절이다 보니 이런저런 잡초들이 언덕 주변에 핀 꽃잔디(지면 패랭이꽃) 사이로 듬성듬성 나있었다. 


그리고 별관 모퉁이를 돌자, 도장 뒷편의 중앙정원 (언덕처럼 약간 봉긋하게 솟았다. ) 에 큰 토종 벚나무가 우뚝 솟아 있었다. 

매일 같이 창문뒤로 보는 나무지만, 가까이서 볼 수록 더 웅장하였으며, 굵직한 나무 줄기가 장엄하게 느껴졌다. 절정이 지나서 약간 떨어져 있고, 초록빛 잎새가 보였지만, 하얗고 풍성한 벚꽃잎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우와 ! 이렇게 큰 벚나무는 처음봐요 . 가까이서 보니까 더크다! ! "


아즈루는 눈을 빛내며 햇살이 닿지 않는 벚나무의 아래로 뛰어갔다. 


"이 벚나무는 아즈루보다 1000살은 더 많을 거야. "

" 할아버지 벚나무네요! 아니다. 할머니인가?"


" 어느쪽이던지 간에, 노인이려나. 도장이 생기기 이전부터 계속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거든. "

" 멋져요! 그리고 주변에도 많은 꽃들이 피어있어요. 민들레랑 자주색 꽃들도 정말 많네요! "


자주색 꽃이라 하면, 아마 꽃잔디를 말하는 듯 했다. 

라이라가 지난번에 ' 벚꽃이 지면 서운하니까 ── ' 라며 3월경에 아버지와 잔뜩 심어두었다. 

언덕의 잔디보다 꽃잔디가 더 많이 보일 정도로 말이지 


" 응. 그리고 도장에 사는 친구들하고 함께 심은 다른 꽃들도 많이 있어. "


물론, 꽃잔디 이외에도 주변 울타리에는 아직 채 피지않은 꽃들의 초목이 가득했다. 


" 친구들도 있어요? 스승님의 친구들이라면 분명 멋질거에요!! 보고싶다...! "

" 뭐── 그렇지.. "


멋지다....라  적어도 아즈루의 교육상 좋지않은 사람은 몇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친구들을 이렇게 저평가 해서는 안되지만, 아즈루에게 있어서 도움이 될만한 사람들 위주로 만나게 하는게 좋겠지. 예의상 '인사'정도만 하고 ..


" ... ? "


내가 말을 늘어트리자, 아즈루는 갸우뚱 했다. 

몇초가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즈루를 만나게 할 이런저런 인물들을 멍떄리며 생각하고 있던 중, 나의 어리석은 생각을 그만 두라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꼬르륵 ── )


거리는 소리와 함께 아즈루는 귀가 붉어지며 울듯한 얼굴로 나를 아래에서 지긋이 응시했다.

 

"..죄...죄송해요.. 배...배가고파서... "

"아, 벌써 네시구나. 같이 언덕아래에 있는 내 방으로 가자. 작은 선물을 줄게. "


아마, 점심 이후 아무것도 먹지않은 채 긴장상태에서 대결을 벌였으니, 작은 5살의 아이는 배가 고팠을 것이다.

본관에 나름 '가정부' 라고 있는 사람에게 음식을 만들어 달라고 하는것은 지금시간에는 폐가될지도 모르니, (5시부터 저녁준비를 할텐데, 4시에는 다른 일을 하고있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지만..) 내 방에 있는 과자와 차를 대접하기로 할까. 


"! 저...저어...근데.. 

"? "

"정말... 저는 스승님의 제자로 적합한가요... ? 오히려 제가 감사하다고 선물을 드려야하는데..."

"나는, 성실한 사람이 제일 좋거든. 아즈루가 수련생들중에서 제일 성실하다고 생각해서, 그래서 선택한거야. "


그렇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성실한 사람' 이었다. 이 도장에는 성실하지 않은 사람들도 몇 있긴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그들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자기 역할을 책임감 있게 다하는 사람이 좋을 뿐이었다.

아즈루는 남들보다 속도는 느렸지만, 5살 아이들에 비해 월등히 자기 역할과 책무를 중요시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렇기에 제자로 선택하기에도 충분했고. 받아 들이기에도 충분했다. 


"....여..열심히 할게요! 헤헤... "



아즈루는 아까보다 더 귀와 볼을 발그레하게 붉히며 두손을 꽉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나에게로 달려왔다. 


 배고픈 아즈루에게는 미안하지만 먼저, 내방으로 가기전에 아버지에게 인사를 드리는게 좋지않나 생각해, 별관이 아닌 언덕을 내려와 본관으로 향했다. 



-



본관 중앙 복도


나와 아즈루는 본관중앙복도에서도 가장 중앙에 있는, 가장 큰 장지문 앞에 섰다. 


" 아. 아즈루 잠시만 기다리렴. 당주이신 아버지께 먼저 인사부터 드리자. "

"네..넷..! "


다다미가 15장정도 붙어있는, 혼자지내기에 꽤나 큰 아버지의 방이었다──.


(드륵 ㅡ ) 



장지문을 살짝 연 그 순간, 벽에 붙어있는 붙박이장 쪽에서 몸을 수그리고 엉덩이를 뒤로 뺀듯한 , (다행이도 속옷은 보이지 않았다) 자세로 무언가를 열심히 찾는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부스럭 부스럭 )


여자는 기척을 눈치챘는지, 매우 느린 동작으로 붙박이장에서 기어나왔다. 


"아버지, 어... "


아버지에게 인사를 하기도전에, 마주쳐버린건 이 집안의 자칭 '가정부'인 「베티」였다. 


"어어어어! 도련님 !! 자...잠시만요 오....오해입니다만! 전단지 으...응접실에 과자가 비었다고 생각해서...!! 여기서 가져가려고 한거라구요?! 주인님이 안계셔서 마음대로 들어와서 허락도없이 과자단지를 습격하려는게 아 ㄴ..... ! "


역시나 시덥지 않은 일이었다. 오후의 배고픔을 감추기 위한 도둑질 이었다.


"....휴우... "

"  ? " 


랄까,── 한숨밖에 나오지 않잖아 ! 

아즈루, 즉 그러니까 5살 남자아이에게 나는 교육상 매우 좋지않은 도둑질 장면을 보여주고 있던 것이었다.

선택 미스였다. 


나는

'다시 시간을 돌리고 싶다' 라고 생각하며, 민망한 장면을 회피하기위해 아즈루의 손을 잡지않은 오른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시...실례했습니다..──! " 

".. 아..안녕하세...! "


가정부는 내가 얼굴을 가리자마자 죽을 죄를 지었다는 듯이, (당연히 그렇게 생각해야한다) 발빠르게 장지문 틈새로 달려나갔다. 

아즈루가 인사할 새도 없었지만, 이 상황에서 인사를 시킬 수는 없었다. 


"...어어어어? 바..방금 누구에요? "

" 이 집에 살고있는 메이드씨야. 가정부라고 생각하면 돼. "

"..우와 저 저렇게 말 빠른사람 처음봤어요! 이상한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는데... 그러니까 ...영어로.. O..P...P.A..I..."


베티는 이상한 뜻이 쓰여져 있는 앞치마를 주로 입는데, 내가 본것만 해도 거의 6가지는 족히 될 것이다. 

미성년에게 부적절한 용어도 많이쓰여져 있었고, 오늘 입은 것은 OPPAI 그러니까 '가슴' 이라는 뜻의 옷이었다.

아마 앞치마 위 OPPAI라고 쓰여진 곳에 가슴의 위치가 있었기 때문에, 개그 소재라고 생각하고 입는 듯 했다.

하지만 5살 아이에게 말하기에는 ... 


"뜻은 이해하지 않아도 된단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있으면 열심히 매진하는.....그런..사람이란다... "


일단, 칭찬을 해두었다──


"오오! 역시 스승님의 친구는 멋지네요! 저사람도 성실한가보네요! "

"....그..글쎄.."


아즈루의 빛나는 눈을 나는, 절대 보지 않기위해 애썼다.



(드르륵 ㅡ) 



곧이어, 바로 장지문이 열리며 기다리던 사람이 들어왔다.


"어이 삿쨩! 아버지의 방에는 왠일이냐? 야한책 같은거 갖고있지 않다고? 하하 ! ── "

"아버지...... "


아들한테 할 소리가 아닌 것 같은데요 ...


"이게 누구야! 아야나쨩의 ㄸ...아..아니지 아들인 아...아즈루 군! 오랜만이구나. 연습은 잘 되어가고있고 ? "

"아..안녕하세요 사토씨! "


아즈루는  배위에 손을 얹고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렇다 . 이 사람은 「사쿠라이 사토」 

바로 나의 아버지 이다. 화도류의 19대 당주로, 20년째 사쿠라이 도장의 당주로서 이곳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이자, 유통업계에서 꽤나 이름을 떨치는 대기업 '사쿠라이사'의 회장 사쿠라이 신야의 동생이기도 하다. 

내가 18살이 된 이번달 4월을 기준으로 해서, 아버지는 39살이 되었다.

아버지는 39살이 되어도, 외형은 여전히 5~6살이상은 족히 어려보였으며, 키도 아키라와 호각일 정도로 평균신장 이상이다. 아마 이렇게 어려보이는 이유는, 긍정적인 성격이 한 몫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아버지는 엄마인 사쿠라이 스미레가 돌아가시고 나서도 더 밝아지고, 더 젊어졌다.

 

뭐, 아버지에 대한 설명은 이정도로 하고..

그리고 나는 , 아버지에게 차근차근히 아즈루를 도장에 데리고온 이유를 얘기했다.


" 흐음. 그랬었구나." 

" 그래서, 우울해 보이는것 같아서, 기분전환 시켜주려고 데리고 왔어. " 

" 호오ㅡ , 네가????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방이나 연습실에만 틀어박히는 녀석이. 스미레가 잘 컸다고 울겠어~~ 역시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야 변한다니까. "


아버지는 나의 행동을 비꼬는듯이 말했지만 딱히 반박할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불과 2년전 만해도 아스텔에게 '너는 날이 서있는 칼 이네 ㅡ' 라는 소리를 들었으니까.


" 아즈루, 넌 활발한 남자가 되어야 한단다. "


아버지는 아즈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네..네에... 그..근데 스승님도.. 존경스러우신 분이셔서... "

" 아즈루, 괜찮아. 아버지 말이 맞으니까. "

" 그럼 그럼, 나이는 괜히 먹는 법이 아니지 하하하하! "


아즈루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헤헤── 하고 같이 아버지를 따라 웃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려나,


" 자── 아즈루, 다른 곳도 구경시켜줄게. 일어나자 "

" 네..네에 ! "


배고픈 아이를 데리고 인사하는데 이래저래 시간을 쏟기는 미안했다.



-


002


장지문을 닫고 나와 거실로 가기위해 다시 복도를 걸었다.

아즈루는 처음 보는 본관이 신기했는지,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살펴보는 듯 했다.


" 복도가 정말 기네요. 집 맞아요? 

" 예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았던 모양이야. 지금은 열명정도 뿐이지만.. "

" 바...방은 몇개나 있어요? 문도 진짜 많아요! "

" 한 서른개 즈음 ? "  

" 저희 집도 크...큰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쿠라이 도장은 역시 대단하네요! "


아즈루가 걷다말고 멈춰서서 다시 주먹을 불끈쥐며 눈을 보석처럼 빛냈다.

아즈루는 가끔씩 마음먹은 일들이 있을때마다, 눈을 반짝이며 주먹을 불끈 쥔다. 말보다는 생각이 많은 아이라, 좀처럼 행동이 보이지 않는데, 이 패턴만은 정확했다.


" 정원이 이렇게 중간에 있네요? 연못도 있다..! 우와 ! "

"텐류사이 도장도 이런 형태를 띄고있지 않니? " 


복도가 작은 정원을 빙 둘러싼 가옥 형태. 전통적인 일본 가옥 (교토나 후쿠오카의 온천 가옥에 많은 형태) 형태로, 아즈루도 나무로된 가옥에 살아서 자주 보았을 풍경일 것이다. 그러나 아즈루는 처음본다는 듯 호기심이 가득했다.


"네..네에.. 그렇지만 연못은 없거든요 헤헤. 물고기도 있어요? "

" 잉어가 세마리정도 살고있어. "

" ...봐도 될까요? "

" 그럼. 저기 나막신이 있으니까.. "


배고픔 따위는 잊은 듯 했다.


아즈루가 나막신을 신고 정원의 연못쪽으로 걸어갔다. 

연못 주변에는 아즈루 키만한 풀들이 우거져 있었는데, 언덕 쪽을 정리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듬성 듬성 키가 큰 잡초들이 나있는 상태였다. 내 키를 기준으로는 별로 크지 않다고 생각해서 방치해 두었는데, 아즈루가 들어가니 확연히 잡초의 길이 감이 와닿았다. 


고 생각한 그때 

풀들이 움직이더니 옷 주변에 흙을 군데군데 묻힌 한 소녀가 허리를 굽혔다가 피는 동작을 취하며 덤불 사이에서 나타났다.

 

( 불쑥  ── )


", 씨앗이 어디로 떨어진거야... "

"우..우와앗! "

"에..엣! 노..놀래라.. 어..어린아이? " 


아즈루가 다가간 풀더미 쪽에서 불쑥 나타났기에, 아즈루는 놀라서 뒤로 고꾸라졌다.


", 라이라였구나. 작아서 안보였어 . "

" 잠깐, 사쿠라기!..작다니! 단지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구. 정말...ㅡ

" 장난이야.. 아니... 아닌가.. "

" 일부러구나, 흐응 ── " 


약간의 장난이 들어간 말이었는데, 라이라는 조금 불편한듯 볼을 살짝 부풀려 나를 바라봤다.

옷의 군데군데에 흙이 묻어있긴 했지만, 왜인지 모르게 얼굴 이나 살이 보이는 부분, 머리만큼은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그녀는 위에서 말했듯이, '라이라'로 ,  도장에 온지 1년 반정도 되었다.

아스텔의 부탁으로, 아버지에게 사정에 도장에 같이 살게 되었는데, 겉모습은 인간과 비슷한 외형을 하고 있는 마계인이다. 

그녀의 겉모습은 인간이라기에는 살짝 위화감이 드는데, ── 좋은 의미로 인간중에서 호각으로 그녀에게 상대가 되는 외모를 가진 사람을 얼마 없을 거라는 점이고, 나쁜의미로 인형같이 어색한 느낌이라는 것이다.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의 피부는 털도 거의 없이 도자기처럼 매끈했고, 핏기가 없는 하얀 도화지같았다.

눈은 알비노가 아니면 도통 보기 힘들다는, 적안이었고 속눈썹은 낙타처럼 풍성하였다.

머릿결은 마치 라일락 꽃과 같은 연한 보랏빛이었고, 눈썹과 속눈썹도 짙은 보랏빛이었다. 그렇다. 마치 인형이 아닌이상 인간에게서는 볼 수없는 외모였다. 인간의 외형이지만, 러시아와 유럽의 서양인들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  

키는 내 가슴께에 겨우 닿을 정도로 매우 작지만, 그 작은 몸대신 존재감을 나타내 주는듯 나올곳은 제대로 나오고 들어갈 곳은 적당히 들어가 있었다. 여자였다면 조금 질투가 났을거라고 종종 생각한다.


마계인의 외형은 언제봐도 신기하기때문에 라이라에 대한 설명이 길어졌지만, 일단 아즈루에게 소개하기로 한다.

 

" 아, 이 애는 내가 둔 첫 제자인, 텐류사이 아즈루라고 해. "

"안녕하세요.. 텐류사이 아즈루라고 합니다.. 여섯살이에요.. "

"안녕~ 아즈루군. 누나는 라이라 라고해~~ "

".네에...."


아 ㅡ, 

숯기가 부족한 아즈루 에게는 상냥하게 웃어주는 예쁜 누나는 힘든 모양이었다. 


"근데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야? "

"씨앗을 떨어트렸거든. 왜, 지난번에 너한테 얘기했었잖아? 여기에다가 난초좀 심고싶다고. "


지난번에, 그녀는 하나비와 함께 나에게 와서 본관 정원의 잡초를 슬슬 정리해야 하지 않겠냐고 의논해 왔었다. 


"아, 그랬었지. ㅡ 지금 심는거야? "

"그러려고 했는데, 씨앗을 전부다 떨어트려서.. 하아 ㅡ " 

"여분이 있을테니까 나중에 심어. 가져다줄게. "

"그래주면 나야 고맙지. "


아즈루는 우리들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는, 연못으로 고개를 돌린후  검지손가락을 펴서 물고기 수를 셌다.


"와아 ㅡ, 잉어다! 하나.. .두울... 스승님! 아기물고기도 있어요! 세마리가 아니에요~ "

"그러네. 세마리가 아니었구나. 요즘 잘 보지 못했거든. "

"저 물고기는, 비단잉어라고 해. 정말 화려한 색깔이지? "

"네 ! 황금빛으로 반짝거려요 우와...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 예의가 참 바르네. 귀엽게 생겼고., 후후 "


라이라가 허리를 숙이고 아즈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가...감사합니다 .  " 


아즈루의 귀가 다시 붉어졌다.

숯기가 부족한 아즈루 에게는 상냥하게 웃어주는 예쁜 누나는 역시 힘든 모양이었다. 


" 맞다 , 아즈루 배고프다고 하지 않았니? 내 방에 과자가 좀 있어서. "

" 아...! 정말요? "

" 응. 가자. "

" 아..라..라이라누나.. 아..안녕히계세요! 감사했습니다 . "

" 응~ 잘가. "

" 헤헤..."


라이라의 인사를 받고 마루에 올라와서 다시 복도를 걸었다.

아즈루의 붉은 귀가 점차 상아빛으로 가라앉았다. 


" 역시 스승님의 친구분들은 정말 멋있어요. "

" 그래? 아즈루가 그렇게 생각해주니 기분이 좋네. "


처음에 베티의 도둑질을 보여준 것은 미스였지만, 다행이 이번에는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같다.

아즈루는 상당히 만족스러워 했다. 역시 여자애들이 좋으려나.. 5살이지만 아즈루도 남자구나 싶었다. 


" 헤헤... 정말 예쁘고 착한 누나 였어요. 하얀 고양이 같았고.. "

" 친해지면 좋아. 라이라는 상냥하거든, "

" 어서 다른 사람들도 만나보고 싶어요! "

" 그...그래... "


부디 아즈루의 교육상 만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라는 생각은 정말 잠깐 뿐이었다.



-


003


내 방으로 가기위해 별관으로 가던 도중,

아즈루가 내 손을 풀고 아랫배 쪽으로 손을 가져가며 얼굴이 붉어졌다.


" 아, 스..스승님..저. 화..화장실에 가고싶어요...."

" 괜찮아. 여기 모퉁이 왼쪽을 돌면 전신거울 옆에 문이 하나 있을거야. "

" 네! 감사합니다 헤헤... "


아즈루는 급했는지, 빠른 종종 걸음으로 모퉁이를 돌았다. 

그리고 모퉁이를 돌자마자 수초 후,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히..히익! 누...누구세요!! " 

"후후후후후..... 거울을 언제보아도 이몸은 아름답나니... 하아...!시대를 잘못 태어난 나의 죄...!

 어라라? 이게 왠 꼬마 boy인지 ?? "

" 으...으아아아아아!!! 귀신이다....!!! 으아아아앙!!"

" 에...에엑????!?!?! "


아즈루의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살짝 높은 미성의 남자목소리도 함께 울려퍼졌다. 

나는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봐, 모퉁이에 놓여져있던 목도를 들고 재빨리 모퉁이를 돌았다. 


" 아즈루 무슨일이야!! "

" 으아아아아앙....우엥.... "

" 으에에엑!! 자..잠깐 사쿠라기 그 목도좀 치워봐! 놀란건 오히려 이쪽이라고!!! "


모퉁이를 돈 화장실 문 옆 전신거울 앞에 꽤 큰 키의 호리호리한 체격의 괴한이 요상한 포즈로 서있었다.

처마가 북향이다보니 그림자에 가려져 괴한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목소리를 듣고서, 금세 알 수있었다.


" 나..! 나라구 아키라! 슈머즈 아키라! "

" 아... 아아.. "


나는 목도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동시에 

아즈루는 돌이킬 수 없는 

길을

밟아버렸다.


" 스...스승님.. 저..저.. "


바지에 실례를 하고 만 것이다.


" 에...에엑.... 나..나때문에 ..는 아니지...? "

"하아.... 그러니까 왜 거기서 폼잡고 있는거야. 그림자에 가려져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으니까, 나라도 놀랐을거야 "

" 폼잡다니..난 언제나 이런 'form' 이라구? "


영어 form , 즉 '형태'라는 단어유희로 개그를 치려는 속셈이었던 것 같다. 

하나도 웃기지 않아 평소처럼 무시하기로 한다.


"아즈루 괜찮아. 신경쓰지말고 화장실 다녀오렴. 옷 가져다 줄테니까. "

" 히..히잉..죄송해요오.... "

"무...무시?!?!! 무시했지 지금! 무시한거지!! 이몸을 !! "


화장실 앞에서 이상한 대사를 외치며 이상한 자세로 변태같이 보인 그는 바로 이 도장의 자칭 아이돌 슈머즈 아키라다. 

그는 평범한 인간인데, 한 마녀와 계약하고 실험체가 된 이후로 마력을 쓰게 되었다는 것 같다. 

미국계 일본인으로 , 정확히는 엄마가 서양인 이다. 그렇다보니 그의 외형은 평균 일본인보다 큰 키를 가지고 있었으며 (나보다는 조금 작았다) , 강에 비치며 바람에 흔들리는 버들 수양같은 금발을 소유하고 있었다. 오른쪽 앞머리는 멋인지, 턱에 닿을 정도로 길게 사선으로 자른 형태였다. 몸에 난 털도 서양인처럼 약간 누런빛을 띄었으며, 피부는 흔히들 동화에 나오는 백마탄 왕자님 같은 뽀얀 우유 빛이었다.  

가만히만 있으면, 반정도 아니 반 하고도 1 이상 갈정도로 잘생겼다고 볼 수있지만, 그는 늘 입과 몸개그가 문제였다.

같이 있으면 이래저래 시끄럽지만 , 나름 의리도 있고 진지할때는 진지해서 ( 거의 없지만 ) 친구로서는 괜찮은 아이다.

라고 그의 모습을 보며 생각하고 있던 그 순간, 아즈루가 입을 열었다. 


".아.저... 죄..죄송합니다.. 콩나물형... "

"코...콩나물이라니...?! 하아!! "

아키라의 얼굴에 짙은 그림자가 생기며 미간이 지구 내핵에 닿을 정도로 깊게 찌푸려 졌다.

그나저나
진심으로 

요근래 1개월사이에 들은 비유중에서 제일 웃기다고 생각했다. 

꽤 하잖아 아즈루 ! !


크게 웃고싶었지만, 아즈루에게 친구를 비웃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간신히 참았다. 


"잘 어울리는데.. 말 잘했다 아즈루. "

"에....마음에 안드셨나요..? "

"....후후.... 그렇지 않단다. 기발한 발상인걸? 이렇게 잘생긴 콩나물은 잘 없으니까 말이지!! 하하하하! "


아키라도 이미지를 위해 참는듯 했다. 


"하...푸..풋..."


나도 모르게 입에서 웃음이 새어나왔다.

"! 너 지금 웃었지! 웃은거 맞지?!! 어이.. 두고보자고 벚나무자식아 ! 그나저나 얘는... 누구야? "


벚나무 자식이라니.. 전혀 안웃긴데 그건..


"아, 내 첫 제자인 텐류사이 아즈루 라고해. "

"...안녕하세요.. 텐류사이 아즈루라고합니다... "

"헤에.. 넌 이 형처럼 되면 안된다? 나같이 멋진 콩나물 형처럼 되야해. 모든게 우 ★수 하지 ! 완벽해! "


아까는 그렇게 콩나물이라고 부르는걸 싫어하더니, 금세 마음에 들은 듯 하다. 


"....스..스승님도 멋진 분이시니까...! "

"으엑...너 대체 어떤 세뇌를 한거냐... 어린아이가 불쌍하게.."


세뇌는 아니지만, 조금의 이미지 관리는했지.


"너...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거야.... "

"그거야.... 아!! 맞다!!!!!! 잊어버리고 있었다!!!! 세기의 개그맨 우자마루씨★ 방송할 시간이야!!!! 야바잇!!!! 난 이만간다!! "


얘기 도중에 아키라는 갑자기 불현듯 무언가 떠올랐는지, 매우 빠른 입놀림으로 소리를 지르며 우리들 옆을 달려나갔다.


" 아....안녕히 가세요....! 콩나물형 !! "

" 사요 ★ 나라 !!!! "

" 하아.. 언제 봐도 소란스럽네 "

" 헤헤..그래도 재미있는 사람이네요. "

" 그...그래... 여하튼 먼저 화장실 들어가 있으렴. 옷을 가져올테니까 "


아즈루를 화장실로 안내하고, 다시 수련 도장으로 가서 아즈루에게 입힐 옷을 가지러 갔다.




-



004는 2부에서 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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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음악>





< YS학원 학생회 >


학생회장 - 엘로샤르프

부학생회장 - 타카시

서기 - 카트리나


아래로, 각 6개의 위원회가 나누어져 거대한 YS학원의 세계관을 교통정리 하고있다.

각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 학생들이 있으며, 중.고등부의 학생이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맡도록 되어있다.


1. 회계위원회

위원장 - 에도프

부위원장 - 유카

부원 - 고등부 스미레, 아쿠타가와, 중등부 세라쿠, 초등부 슈슈 

매우 깐깐하고 오가는 YS학원 돈의 전반과 위원회별 예산을 담당하므로 항상 위세등등함. 학생회의 실권.

환경미화부와 사이가 좋지 않다. (위원장끼리 앙숙) 예산 집행때마다 몇일동안 밤을세며 합숙한다고 한다.

YS학원 학생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위원회 1위로 축제때 뽑혔다.

이들의 주특기는 동아리 예산을 삭★감 


2 . 문화위원회

위원장 - 아키라 

부위원장 - 앙젤리코

부원 - 고등부 사유리 (유리한 문화 창조★) 베티,다이몬, 카바론 중등부 세린, 초등부 셀리

 학교의 전반적인 문화행사를 담당하는 동아리로, 각각 부원마다 자신의 취향대로 문화를 창조하겠다고 지껄이는 동아리. 행사때마다 기획을 하고, 부원들끼리 YS학원 학생들 랭킹을 매기며 논다. 신문부와 매우 친함. 

가장 인원이 많다. 8명이나 됨.

학교의 아이돌 세린과 사유리가 있어서 외모담당 위원회가 아니냐는 (주작냄새) 소문을 냈다.주작이다. 


3 . 학습위원회

위원장 - 하카세

부위원장 - 사쿠라기

부원 - 고등부 롯카, 슈스케 , 중등부 비오 , 미코 , 초등부 권선 

학생들의 학습을 도모하고, 책읽기를 돕는 동아리.........였으나 위원회중에서 가장 일도 안하고 다들 MY WAY. 예산따위 전부다 자기들 책사는데 쓴다고함. 위원장보다 부위원장이 일을 많이 맡는 동아리.  (슈스케는 거의다 동인지로 사고, 미코는 공부따위 안하는데 제일 만만해 보이는 위원회라고 생각해서 들어왔다). 위원장이 예산 따낼 생각을 안해서 부위원장과 롯카가 좃빠지게 고생중.

YS학원학생들이 생각하는 제일 안쓰러운 위원회 1위로 축제때 뽑혔다.


4 . 환경미화위원회

위원장 - 이블리드

부위원장 - 라이라

부원 - 고등부 파니에, 아코 , 중등부 아즈루 , 아오겐 

학교의 미화를 담당하며, 정원 정리, 환경 정화를 하는 깔끔한 부 ^^의 명성이어야 하나.. 

어떻게든 회계부의 예산을 빼돌려서 자기들 원하는 곳에 쓰려고하는 부. 이블리드가 주축이 되어 늘 학기초마다 예산 집행이 열리면 다른 위원회들과 전쟁을 벌인다. 회계위원장과 환경미화위원장의 사이가 심히 좋지 않다.

라이라만 유일하게 회계위원회와 친한데, 이블리드가 못마땅하게 여긴다.

YS학원 학생들이 생각하는 가장 이중성 있는 위원회 1위 로 축제때 뽑혔다.


5 . 인사위원회

위원장 - 에른하르트

부위원장 - 사토

부원 - 고등부 하토 , 중등부 세시 , 잭 , 초등부 없음  

전입생,전출생,선생님과 학교의 교우관계를 파악하는 일을 담당하는 학생회...지만 회계위원회와 다른 무서움을 가지고 있다. 선도부와 같은 개념이라고 볼 수있음. 

현실적이고 말로 무서움을 주는 회계위원회와는 달리 바로 폭력이 날아오는 일진위원회이다.

YS학원 학생들이 생각하는 가장 피하고싶은 동아리 1위 로 축제때 뽑혔다. 그러다보니 회계위원회와 서로 견제 하고있는 상태이다. 



6 . 보건위원회

위원장 - ??? (도망갔음)

부위원장 - 하나비

부원 - 고등부 디페쉬 , 중등부 시에나 ,오우카 초등부 없음.

담당선생님 '아스텔'이 있는 유일한 부로, 보건실을 가꾸고, 다친사람이나 힘든사람을 도와주는데 예산을 쓰고, 잡일과 뒷처리를 도맡아 하기때문에 인원도 거의 없고 절망적이다.. 회장은 현재 도망갔다. 

디페쉬에게 모든일을 맡기고 떠나버려서 실질적으로 디페쉬가 일을 다 맡아 하고있다.

YS학원 학생들이 생각하는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위원회 1위 로 축제때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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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에 한번씩 매주 목요일 오후 동아리 시간마다 학생회위원회가 열린다.

각 주마다 사용한 예산을 공개하고, 한달마다 발표회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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