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카님, 고위 마계회 정기회의 일정이 오늘 오후 3시에 있습니다. "

" 응, 알고있어. 뒤에는 누구지 ? "

" 네, 이자가 바로... "

" 워후 ~ 밖에 비해 꽤나 무덥슴다 ~ 윗분은 더운걸 좋아하시나 보죠 ? "

" 어이 네녀석, 어느 앞이라고..! 예의를 갖추지 못할까 !! " 

" 어라! 벌써 온건가요? 앞에 계셨네요. 안녕하심까 ~! 제가 바로 에도프의 동생인 ...! "



솜방울이 달린 아이보리색 털모자를 쓴 건장한 소년이 활기찬 인사로, 조용하던 방의 정적을 깼다.

청년이라기에는 아직 어린, 인간 소년의 모습으로 보였다.

그의 왼쪽 눈에는, 제대로 된 안구가 아닌 , 딱딱한 쇠붙이로만 틀어박혀져 있는 듯 보인다.




" 소개는 됐어, 대충 알 것같네 "

" 예..아..알겠슴다.."

" 당신, 마계인이죠 "

" 예..뭐... 조상중에 인간의 피가 섞였다고는 들었는데, 아무래도 마계인에 가깝다고 생각함다~ "

" 흐음... 전력은 그리 강하지 않은 것 같네 "

" 에엑~?! 이래뵈도 저, 눈에서 빔도 쏠 수있슴다 !! "



머리에 있는 털방울을 흔들며 풍선처럼 부푼 얼굴로, 소년은 큰 오동나무 탁자위에 앉은 여성을 미워하는듯이 바라보았다.


" 시끄러운 녀석이구나! 유카님을 감히 그런눈으로 ! "

" 그렇지만, 날 약하다고 했다구요 ! "

" 폰도 당신도 시끄러우니까 둘다 진정해줬으면 좋겠는데 . 네가 지금 가지고있는 마력량으로는, 마도사들이 나눈 기준표에서 S급에 미치지도 못하는걸. 객관적범주에서 벗어나있는 상태야. 끽해봤자 네가 말한 눈의 빔도 A급의 화력이라는 소리겠지 " 

" 내..내 마력량이 어떻게 수치로 보이기라도 한다는 것임까!? "

" 자세한 설명은 해줄 수없지만, 나는 상대가 가지고있는 마력의 출력량이 가늠이 되거든."

" 무...무섭구만요 "


소년은 눈을 다시 느슨하게 풀고, 축 처진 어깨의 모습으로 땅바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당신의 말대로 사실임다 전 아직 약함다. 생명의 은인에게 개조당한이후로 ,혼자 이곳저곳을 떠돌면서 기술들을 익혀왔지만, 아직 제가 원하는 능력에 미치지 못하고 있슴다. 무엇보다 저는 다른 마계인들에 비해 태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경험도 부족함다...! "

" 뭐, 나는 강한 자를 원한게 아니거든 "

" 예 ? 그거 김빠지는 얘김다... "

" 내가 내건 조건, 기억하고 있겠지 ? "

" 당연함다. 형을 찾아주고 , 자본적인 보상도 지급해 주며, 제 목숨까지도 지켜준다고 하시지 않았슴까. 저는 이미 마도사들에게 현상수배범이나 다름없는 존재임다 ~ "

" 계약 조건은 ? "

" 당신의 권속이 되어 모든 것을 위할 것.그렇다는건 당신을 지키는게 아닌가요 ? "

"  표면적으로는 그렇지만... 내가 원하는건 나의 '정보' 를 지켜달라는 거지 "

" 무...무슨말인지 잘 이해가 안됨다.. 제가 개조당한 이후로, 머리가 좋지 않아서 말임다.. "

" 자세한건 , 차차 설명해 줄게. 그나저나 네 모습.. "

" 예 ?"

" 형이랑 많이 닮았네. 자옥빛의 눈동자 마저도 " 

" 그.. 그렇슴까.. 오해 받으려나요 ?! "

" 그러기엔 충분할 것같아. 그러니까 당분간은 숨어지내도록 해. 임무는 폰이 알아서 알려줄거야 "

" 알겠슴다 ! 그럼 잘 부탁 드리겠슴다 ! ~ "



모자에 달린 세개의 털방울이 소년의 인사와 함께 동시에 숙여지면서,덜렁덜렁 거렸다.

90도 수직으로 인사한후 소년은 우직하면서도, 약간은 가벼운듯한 걸음걸이로 방을 나갔다.





-




( 타닥 타닥 ㅡ )


조용한 방안에 타자를 치는 소리가 가볍게 들려온다.

벽난로의 재가 타들어가는 소리도 가볍게 들려온다.

궤종시계의 '또각-' 거리는 소리와 함께 조용한 방에 소리가 가득 채워진다. 



그때였다.

조용한 방의 정적을 깨는 문소리가 들려왔다.


( 벌컥 ㅡ )


말끔한 체크무늬의 검은 교련복을 입은 남자가 안경에 김이 찬 채로 성큼 걸어들어온다.


(하아 ㅡ... 하아.. )

분노에 찬모습인지, 안경테가 파르르 떨리며 거친 숨소리를 내뱉는다.

남자는 안경을 벗어 닦으며 여성을 천천히 내려다 본다.


" 저런 녀석을 신용 하실 수 있겠습니까 ! "


남자가 소리쳤다. 



" 목소리가 큰데 폰, 좀 낮춰주었으면 좋겠어 "

" 인정할 수없습니다 ! 무엇보다도 , 마카로니의 측근인 자의 동생입니다 ! 역으로 스파이짓을 할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 "

" 저자는 , 너도 보았겠지만 아직 약해. 그리고 자신의 목숨이 위협받는 점에 대해서 두려워.. "

" 그건 저도 압니다 ! 태도를 보십시오 ! 저게 어딜봐서 충성하는 태도입니까 ?!! "

" 폰 . 저자가 왜 형을 찾는거라고 생각해 ? "

" 그건 .. 당연히 자기 혈육이니 그러겠죠 ! 역으로 당신을 공격해 당신의 행동을 막으려는 것 입니다 ! "

" 일반적으로 그렇게 생각 할 수있지. "

" 그니까 일반적이지 않습니까 ! " 

" 응, 하지만 저자는 형을 단지 애욕으로만 찾는게 아니거든, 무언가의 감정이 더 있는 듯해. "

" 예..? "

" 복수인지 , 증오인지 ,집착인지는 모르겠어 . 그는 '형'을 꼭 찾아야 한다고했지, '형'을 만나고싶거나, 보고싶다고 말한적은 한번도 없거든 "

" .... ! 그..그렇군요 . 그냥 감정을 숨기고 있는게 아닐까요? "

" 그에게 '에도프'를 찾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을 때, 그의 표정은 사랑과 그리움의 표정이 아니었어. "

" 실례했습니다.. 그런줄도 모르고 저는.....! "

 

남성은 고개를 푹ㅡ 하고 여러번 숙이고는, 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폰 "

" 예. "

" 여하튼 조건을 내건 원칙대로, 그를 살펴봐줬으면 좋겠어 "

" 아, 그것도 불만이었습니다. 어째서 체스녀석에게 그를 맡기는 겁니까? 위험합니다 . "

" 체스가 비아냥거리긴 해도, 일단은 정보통이니까 "
" 저는.. 당신에게 위해가 갈까 두렵습니다. "

 

 

 

 

 

 

-

 

 

( 지익 ㅡ )

' 중앙국 고위 마계회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각 국의 대표들은 모두 화면에 나와주시길 바랍니다 '

 

 

커다랗고 하얀 성 내부에 있는, 크고 빈 공간의 허공에 십수개의 화면이 일제히 띄워진다.

그중에서도 , 가운데에는 가장 큰 화면에는, 마계의 중앙집권자의 상황이 보이는데,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시간이 지체될 수록, 회의 참석자들의 불만은 커져만 갔다.

 

' 마녀쪽은 이미 나왔다구요 ~ 그말만 몇번째 반복인건지. '

' 마도사들은 오늘도 불참인가. 제멋대로 라니까 . '

' 올해는 실험축제가 열리니까 그렇겠지요. 연구하느라 바쁜거 아닙니까 '

' 실험은 법에 위배됩니다만, 연구가아니라 학살이겠지요 '

' 어차피 하위마계인이나 인간들따위, 우리가 상관할 바 아니지 않나요 ? '

 

 

(직 ㅡ )

 

' 조용히 해주십시오.  마카로니님께서 오셨으니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

' 이번 안건은 또 뭡니까 ? 중앙국장님 '

' 헤에 ㅡ, 뭐 시시한 마도사들의 연구에 관한 내용 아니야 ? '

' 마도사들은 참석도 하지않으면서, 안건의 주제로 나오는거야? 질투나는데에 ㅡ, 죽여버리고싶어 ! '

' ......... '

 

가운데 가장 큰 화면에 비추어지는 남성의 모습은, 어딘가 차가우면서도ㅡ, 차분해보였다.

그가 바로 현재 마계의 중앙 집권자인 '마카로니'

 

그가 입을 열었다.

 

' 이번에는, '소수종족의 마계침략 계획'에 관한 안건입니다. 최근 넓디 넓은 마계내에서 , 모르는사람이 없을정도로. 소수종족들의 테러와 반발에 관한 소문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관하여, 법률적인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

 

마녀들과 결계사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그건 당신이 알아서 해야할일 아니야? 집권자잖아. 하아 ㅡ귀찮아 '

' 소수종족이어도, 어차피 딸리는 자식들 아닌가 ? 굳이 고민할 필요 없잖아 '

' 이봐 집권자, 소수종족이면 하프나, 쿼터를 말하는건가? '

' ......그렇다고 할 수있습니다 '

 

' 웃기지말라고! 집권자 네녀석도 하프아니었냐!! 자기가 자기를 토벌하겠다는 소리 아닌가? 웃기지도 않는군 ! '

' 어이어이 , 진정하라구. 나름 왕인데 존칭은 갖추어야하지 않겠어 ?'

' 어머, 재밌겠는데. 마녀들 사이에서도 그 소문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있다구 '

 

찬반 의견이 엇갈리는 속에, 아무말도 하지않고 묵묵히 지켜만보던 결계사종족의 대표가 입을 열었다.

 

' ....그래서, 하프와 쿼터, 그리고 인간들과 연루된 ㅡ, 자들을 전부다 법적으로 처벌한다는 얘기라는 거죠 ? '
'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키하나 유카. 당신과 나는 비록 인간의 피를 이어받은 하프이지만, 고위 마계인으로서의 마계의 법도와 예를 갖추며 살아가고 있기에 해당되지는 않겠지. '

' 흐음 ㅡ, 과연 당신과 나, 둘다 마계의 법도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 '

' 어이 이봐 유카! 네녀석이 중앙국을 집권했을 당시부터 마음에 안들었지만, 기만에 가득 차있군 ! 중앙집권자의 칭찬을 새겨 듣는건 예의일터 ! '

 

남성으로 보이는 한 고위 마계인이 꾸짖듯 소리쳤다.

 

' 기만? 어딜봐서 기만이라는 거지 ? 당신이야 말로 어떻게든 중앙권력에 붙고싶어 몸사리 치는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데 '

' 웃기지말라고! '

' 후... '

' 둘다 정숙해 주시길 바랍니다. 계속되는 마카로니님의 의견발언이 이어지겠습니다 '

' 그래서 이 일에 대한 최종적인 사안을 결정하고 싶은데 ,....... 어.. '

' ..... ? 무슨일이시죠 마카로니님 ! '

 

마카로니는 돌연 화면을 주시하면서 말이 막혔다.

곧이어 , 그의 옆에있던 권속같이 보이는 호위무사가 당황하며 소리쳤다.

 

' 유키하나 유카 . 당신에게 묻고싶은 것이 있습니다만 , 간부 마계회의는, 본인과 호위비서 외에는 참석하지 않는게 원칙 아닌가요 ? '

' 무슨 소리인지... '

' 당신뒤에있는 자는 , 대체 누구죠 ? '

' .......... ! '

 

 

긴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여성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본 순간,

뒤에 약 15m 사이의 거리를 두고, 쇠붙이 의안의 사나이와 , 고깔모자를 쓴 키작은 소년이 서있었다.

 

" 어라 , 모두 안녕하신가요 ? "

" ........ 체스... "

" 유카씨, 회의를 계속 하셔야 되지 않...... "

 

 

 

 

( 치익 ㅡ )

유키하나 유카는 화면을 모두 꺼버려 회의를 중단했다.

그러고는, 체스앞으로 점점 다가갔다.

 

" 저녀석을 데려오다니, 무슨 생각인거냐ㅡ!!!!!! "

 

그녀는 지금까지 다른 이들에게, 거의 보여준적이 없던 분노의 소리를 지르며, 죽일 듯이 그들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손을 한번 휘두른 순간,

 

( 콰가가가악 ㅡ )

 

요란한 소리와 함께 빈 방의 바닥이 움푹파이며 갈라지고, 주변의 공기가 싸하게 얼어붙기 시작했다.

특히, 체스와 쇠붙이 의안의 사나이 앞에는 한발자국이라도 다가갔으면 온몸이 으스러질듯 베였을 것 같은 움푹 패인 시멘트 바닥의 자국이 선명했다.

 

" 하..하하.. 무섭다구요 유카님 . 저에게는 다 생각이 .."

" 네녀석..... 나를 농락할 셈인가 ? 고위 마계회의에 저녀석을 데려와서 어쩔 셈이지 ?!! "

" 소개라구요 소개. 이녀석이 마카로니님이 아는게 맞는지 아닌지 보려고 했... "

" ......... 체스, 한번만 더 내 일을 이런식으로 망쳤다간... "

" 알겠다구요 알겠어요 ~ 휴우~ 이거이거, 평소에 화내시는모습을 한번도 못봤는데, 이런식이셨군요 거 식은땀 납니다만... 하하 ! "

" 우..무...무섭슴다.. "

 

유카는 붉으락 푸르락한 얼굴을 떨리는 한손으로 감싸안으며, 반대 손으로 나가라고 손사래를 쳤다.

 

" 후우우............ 폰에게 전해라 "

" 예 "

" 앞으로 회의에는 나 외에는 모두 참석하지 말것, 그리고 "

" 예 "

" 저녀석의 눈, 머리스타일 , 모두 바꾸어놔 "

" 에엑! 마...말도안됨다 ! 한쪽눈이 의안인데, 또 의안으로 해야하는 검까 ! "

 

 

" 아니, 렌즈를 끼워서 저녀석의 자옥빛 눈을 좀 가리는게 좋을 것같거든 . "

" 알겠습니다 ."

" 하아.. 얼른 나가도록 해... 그리고 오늘은 더이상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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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여운 꼬마 곰돌이~ 아기 퐁폰 ~ 다같이 따라해봐요 하나, 둘, 셋! '

' 어린이 친구들~ 오늘도 즐거운 시간이었죠 ? 퐁폰도 정말 즐거웠어요 다음주에 만나요 ~ '



" 후잉... 끝나버렸어... 퐁폰쨩.. "

" 다음주에 다시 하잖아 "

" 오빠아 ㅡ, 그치만 오우카는 맨날 보고싶어 "

" 재미없어. 퐁폰이라니 대체 어디서 어떻게 나온 이름인걸까 "

" 우잉.. 퐁폰이 어때서! 귀엽잖아! "

" 나는 전혀 아닌데 "

" 우아앙 ㅡ!! 아빠...으앙... "


갓 다섯살을 넘긴 아이 둘이 네모상자앞에서 곰돌이 영상을 보며 다투고 있다.

영상의 내용은 바로 '꼬마곰돌이 아기 퐁폰' 이라고 하는데, 요 근래의 아이들에게 선망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알록달록한 고깔을 쓰고, 우스꽝스럽게 볼록 튀어나온 배, 포근한 갈색 털로 뒤덮힌 작은 곰의 일본어 교실 이라고 해야하나..



" 유즈키, 여동생을 또 울렸구나 "

" 아버지, 전 아무 잘못이 없어요 "

" 우잉....오빠 미워... 엄마한테 이를꺼야.. "



여자아이가 '엄마'라는 말을 입에 담은 순간, 남자아이의 표정이 일그러 졌다.



" 엄마는 돌아오지 않을거야 "



" .......유즈키 "

" 우아아아아아아앙! ---- "

" 하아... "

" 그치만 돌아온다고 해놓고 전화 한통도 없잖아! 우릴 버린거라구! "

" 유즈키! 아직 너는 잘 모르겠지만... "

" 나는 이제 다섯살이라구요 아버지! "

" 이잉ㅇ...잉.... "

" 이거 곤란하네.. "



남자아이는 소리를 빽 지르고는, 거실을 벗어나 마루 밖으로 나가버렸다.


" 흑...흐..흑.. 아빠.. 엄마는 정말로 안돌아오는 걸까? "

" 오우카랑 유즈키가 좀더 자라면, 돌아오실 거야 분명히. "

" 우응.. 약속 할 수있지 ? "

" 그럼. "


작은 고사리손의 소녀는, 5배나 더 큰 아빠 손의 새끼손가락을 두손으로 잡으며 파르르 떨었다.

안쓰러운 아빠는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가슴으로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 아빠, 밖에 눈벚이 내리고 있어요 ! "

" 눈이 내리고 있구나, 쌓이면 치워야겠는걸. "

" 아직 안돼요 아빠! 오우카는, 저 눈을 보면 엄마가 떠오르는 걸요! "

" ....그러네 . 미안하구나 "

" 응응 그렇게해요 .내일 아침까지... 계속 내렸으면 좋겠다.. "



아이는 창문에 입김을 후ㅡ , 불고 작은 손으로 닦고는 몇십분이고, 몇시간이고 

내리는 눈을 지켜보았다.

문앞에서 지쳐 잠이들 때까지.  






-


솔직히 나도 아직 이해가 가지않는다. 왜 그녀는 도장을 떠났으며, 전화 한통도 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사쿠라기가 숨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말할 수없는 비밀같이. 


나의 그녀에 대한 생각이라곤 , 어딘가에서 이 추운 겨울날 얼어서 동사했다던가 , 실종되었다던가 하는 등의 나쁜 생각들만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부디 그녀가 아직 존재하기를, 바랄 뿐이다.


저 세명의 오붓한 가족을 보고 있노라면, 이 도장에서만 삼십년넘게 살아온 나의 겨울은 춥게 느껴지기만 한다.

아니지, 사람으로서는 20여년 정도인가. 




-






 


" 예..?!! 스파이.. 말씀하시는겁니까!? " 

" 응 , 폰. 구시대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간첩만한게 없다고 하지. "

" 그.. 그렇지만 당신에게 충성을 하면서, 첩보 활동까지 할만한 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텐데요, 기회비용도 많이 들겁니다. "

" 자본이라면, 아직 얼마든지 있으니까. 상관없지 않아? "

" 그렇긴 합니다만, 혹여나 배신을 하면 .... "

" 그건 걱정 하지 않아도 돼 폰. "

" 그렇지만...! "

" 너도 , 체스도 이렇게 내 옆에 권속으로 있어 주잖아 ? "

" .... 예.. 맞는 말씀 입니다. "


어둡고 칙칙한 습기로 가득찬 작은 책장 여러개가 정돈 되어있는 방에서, 한 여성과 한 남성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여자가 앉은 의자와 남자가 앉은 의자의 형태를 비교했을 때, 둘의 관계가 어떠한지 짐작이 가는 모습이었다.

여성은, 미간을 지긋이 찡그리며 이마를 쓸어내렸다.


" 최근, 한 집사에 관한 정보를 들었어. 마카로니와 연이 있다고 하던데 "

" .....! 마카로니와 연이 있다는 자라면 저희가 모를리가 없지 않습니까?! 집사라니요...! "

" 응 , 나도 최근에 들은건데, 혹시 알고있어? 수십년마다 시행하는, '마도사들의 집단 실험 축제' 라는 것. "

" 들어본 적은 있습니다. 인간, 마계인 모두 상관없이 약자들을 몰래 잡아들여와 불법으로 도살하며 마루타적인 실험을 시행한다고 하더군요. 근데 이 실험을 '축제' 라고 부르다니.. 끔찍하기만 합니다.

어째서 마계에서는 규제하지 않는 것 이지요! "

" 흐음.. 글쎄, 이들은 또 자기들이 마능력 개발을 위한 '정당방위'라고 주장하니, 마카로니가 관리하는 결계사부지 내의 중앙국에서는 쓸데없는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아 방치하는 것 같더라고 "

" 그자는 당최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다스리는 자가 되었으면, 옳지 않은 법도를 개정해야 할 것을 ! "

" 너도 알다시피, 마계의 법은 수천 수만년동안 내려온 것들도 많기 때문에, 고위 마계인 종족들의 찬성을 과반수 이상 넘기지 않는다면 힘드니까. 고위 마계인 종족중의 절반가까이가 마도사들 인거고 . "

"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제 정보가 많이 부족했습니다. "

" 아니야.. 나도 중앙국의 여왕으로 있으면서 극비로 알고있는 사항이었기에, 넌 모를 수밖에 없거든 "

" 송구합니다! "


" 사과는 정도껏 해야지 진심이 담기는 거야 "

" 예, 알겠습니다. "



여성은 찻잔을 들고 얘기에 열중하느라, 식어버린 홍차에 코를 맡으며 향을 음미했다.


" 식은 차여도 향기가 좋은걸. "

" 좋은 찻잎이기에 그럴 것입니다 "

" 흐음.... 라이라씨가 좋아했을텐데 . "

" 라이라씨... 인건가요 "

" 벌써 일년이나 지났네, 아직 갈길이 멀었구나 "

" 저와 체스는 중앙국 이후로부터 지금까지, 7년여간 당신옆에 있어왔습니다. 앞으로도 영원히 당신 옆에서 충성스러운 권속으로 남아있고 싶습니다 "

" 피곤하게 말하는구나 폰. 내가 불필요해지면 배신해도 돼 "

" 또 그러십니다 !! 제가 뭐가 됩니까! "




남성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안경테를 잡으며 파르르 떨었다.


" 그럼 부탁할께 "

" 예 ? "

" 방금 말한 그 집사, '에도프'라고 하던데, 정보좀 알아봐줄 수 있을까 ? "

" 마계인인가요 ? "

" 응 . 체스에게 전산망좀 파악해 달라고 전해줘 "

" 분부대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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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눈이 겨울의 벚꽃이라고 믿었지요."

롯카가 조금 웃었다.
"어째서 그런 귀여운 생각을 했어?"
"겨울날, 가족과 함께 눈사람을 만들러 정원에 나갔었어요. 창문 밖으로 온통 새하얀 세상이 설탕을 쏟은 것처럼 펼쳐진 것을 보고, 제가 나가자고 졸랐기 때문이에요. 어머니께 눈은 어떻게 만드는지 물었는데, 오라버니가 눈 오는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설명해 주었지만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어요 "
"구름이라든가 물방울 이야기를 했지? 유즈키라면 분명, 그러고도 남았을 걸."
"네에, 사실 병합설이라든가 하는 용어들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어머니께서는 하늘의 벚나무정원에서 내리는 꽃잎이 눈이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 말이, 너무도 아름답고 가슴이 잔뜩 지잉 하고 설레게 되어서.... "
"아, 정말 동화 속 아가씨로군. 그렇게 예쁜 이야기를 지금도 믿고 있는 거지?"
오우카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녀는 조금 머뭇거리며 말했지만, 나뭇가지에서 벚눈이 맺혀 오르듯 눈에서는 어떤 활기가 반짝 떠오르고 있었다.
"네에, 부끄럽지만,.. 매년 혼자 그렇게 믿으며 상상해 왔어요. 오..오라버니께는 말씀하지 말아주세요오.... 그런 이야기 당치도 않다고 생각하는 오라버니 이니까.."
오우카가 갑자기 말끝을 흐리자, 롯카가 그녀의 빛나는 눈을 바로 보며 차분히 말했다.
"이제 나도 믿을 거야. 그런 아름다운 이야기라면 반드시 진짜일 거라고 믿어."
"롯카 언니..."
오우카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지그시 누르고, 롯카의 까만 속눈썹 아래 그녀의 눈을 마주보았다. 정말 깊고 풍부한 색이라고 생각하면서, 작년 유월에 책에 끼워 말려놓은 보라색 장미잎의 색깔이 분명 이런 색으로 변해있을까 하고 상기하면서.

"믿지 않는 사람의 머리 위에는 정말 없는거야." 롯카가 말했다. "하지만 너희 어머니랑, 나랑, 그리고 오우쨩 머리 위 하늘에는 반드시,"
"하늘나라의 하얀 벚나무가 있는 거죠!"
두 사람의 웃음이 얼어붙은 공기를, 서서히 연두색으로 물들이며 퍼져 갔다. 천국의 벚나무 정원 아래, 그 아름다운 겨울 하늘 아래 분명 자신의 어머니가 있다. 나와 롯카 언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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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실라가 내 눈을 수술해 주고 나서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내가 만들어 준 왼쪽 눈에는 눈물샘이 따로 없단다. 반대쪽 눈에서만 눈물이 나오게 될 거야. 대신 네가 정말 이 왼쪽 눈으로 울고 싶을 때면,'

이렇게나 눈물을 참지 못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되는 때가 온다면,

'너를 아프게 한 사람에게 왼쪽 눈에서 나오는 단 한 방울의 은빛 눈물, 이 마법의 실탄 한 알을 가슴에 정확히 대고 쏘아버려. 네 왼쪽 눈의 눈물은 강하단다. 네 왼쪽 눈의 눈물은 그 사람 가슴을 뚫어버리고 엄청난 통증을 안겨다 줄거야.'

하지만 지금, 죄를 뒤집어 쓰게 된 형을 구하기 위해 그 작자에게 내가 당장 무엇을 할 수 있나? 유카 님은 절대 혼자서 움직이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했지. 설령 내가 그 작자의 심장을 노려 쏘아 사살해 버린다고 하자. 나는 즉시 신분이 발각되어 처형될 지도 모른다. 형의 누명은 이제 의심에서 확실한 죄로 바뀌고, 유키하나 유카와 그녀의 일족 모두는 위험해진다... 그 작자가 매수한 마계인들과, 엘로샤르프의 측근들이 더 커다란 위험을 안고 이 세계를 조금씩 태우고 지워나갈 것이다. 마카의 반짝이는 눈에 비치는 찬란한 마계의 환상을, 그 자들은 아름다운 마카의 목과 함께 잘라 내다 버릴 것이다.
프리실라는 내가 이렇게 무력해지리라고는 예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앙제도, 형도, 그 어떤 마녀도, 유카도, 눈물이 한쪽 뺨만을 흘러내려 적시는 이 추한 얼굴을 가진 자가 이 정원을 배회하며 고독과 회한을 되삼키고 서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할 것이다.
나의 형제는 내가, 그의 동생인 내가 이렇게 아픔에 가득찬 심장의 고동소리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알지 못하리라. 내가 살아서 그를 애타게 구해내고자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할 것이다.



누군가의 두 눈이 웅크린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올리브의 검은 잎처럼 짙푸른 눈썹 아래, 그의 수선화 빛깔 눈 안에 박힌 눈동자는 마치 호박석 안에 갇힌 벌 두 마리처럼 떨리고 있다. 앙제, 앙제!... 드디어 당신에게 이런 흉측한 꼴을 보이고 말았다. 당신은 분명 자신의 호위 기사가 너무나 약한 모습으로, 어두움 속에서 무력하게 울고 있는 풍경을 보고 싶지 않았겠지. 당신의 무구한 눈 안에는, 이런 자의 모습이란 담기지 말았어야 하는데. 한쪽 눈으로만 우는 자가 절규하는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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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화  

6년전 해질녘 이후, 평온해진 마을, 소녀들 , 사람들 , 겨울 



삐 ㅡ 삐 ㅡ

하나사키 시립병원 내부의 중환자실에서 울려지는 버저소리와 함께

눈물로 얼룩진 세라복을 입고있는 한 고등학생 정도 되는 소녀의 울음소리가 울려퍼진다

그 소녀의 앞에는 새하얗게 질려있는채로 세달간 눈도 뜨지 못한 또다른 소녀가 누워있었다.



소녀의 입술은 불어터져 있었으며, 그대로 시계가 멈춰버렸다고 해도 좋을정도로 세달간 누워

식물인간인채로 숨만쉬고 있었다. 새하얗게 질려버린 온몸은 안쓰럽다는 생각 마저 들고, 영양상태가

좋지못해 깡말라버린 몸을 보고있노라면 누워있는 소녀앞의 소녀는 그저 심장이 찢어져 버릴 것만 같았다.


몇일에 한번꼴로 떨어지는 심장박동수와 혈압, 쇼크상태. 

소녀는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안그래도 남들보다 발육상태도 좋지않은 아이였기에, 소녀의 세달간의 뇌사에 가까운 상태는 지옥이라고

소녀는 그렇게 생각하고있었다.

이미 의사와 사토씨, 다이몬씨들과 다 얘기를 끝내 뇌사상태이므로 안락사를 시키기로 결정한터였으나,








좀더 하루라도 더 기다리면, 내일이면 깨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소녀를 기억한 사람들, 추억한 사람들도 많이 다녀갔었지만 조금씩 마을의 상처가 아물어가자

사람들의 방문도 줄어들게 되었고 오는 사람들이라곤 일주일에 한두번정도 다이몬,사토씨들 뿐이었다.

세달이나 되는 식물인간 상태를 유지하기위해 드는 비용도 이미 어마어마해서, 통장 잔고도 거의 바닥이 되어

거의 손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어가고 있었다. 몇일만 지나면 이 상태도 더이상 유지하지 못하고

이 아이의 몸에서 호흡기와 비타민,무기염류제가 투입되는 링겔도 떼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소녀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

남은 가족이라고는 , 이 작디 작은 소녀 하나뿐인데, 주변에 더이상 걸 수있는 희망이, 사랑하는 가족이 없었다. 






누워있는 소녀의 이름은 '유키하나 유카'



이유는 모른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마을의 참사가 대체 무엇이었는지는 모른다. 

사토씨의 아내(소녀는 친근하게 이모라고 불렀다.실제로 육촌사이이기도하고)가 죽은것도, 

도장에 있던 어린아이들이 죽은 일도, 소녀는 모른다.



하지만 소녀는 이것만은 알 수 있었다.

만약 이 아이가 다시 깨어난다 하더라도, 과연 정상적으로 깨어나 생활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말이다. 










-




몇일후 기적적으로 소녀가 깨어났다.

가쁜숨을 내쉬며, 식은땀을 흘리며 여리디 여린 열살소녀의 작은 고사리손이 파르르 떨면서 움직였다.

세달만에 깨어난 소녀의 눈망울은 계속 예전 세상을 머금고있는듯, 잘 보이지 않는지 계속 꿈벅였다.

말라 불어튼 입술로 세달만에 세상을 향한 첫 숨을 들이내쉬었다.




의사들과 간호사 여러명이 중환자실 밖에서 '기적'이라고 소리치며 지켜보는 가운데에,

투명한 유리창으로 지금까지 도와준 사토씨와 다이몬씨, 그리고 친구인 삿쨩과 미우가 지켜보는 가운데,




그렇게 세달간의 긴잠에서 깨어난 소녀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는



" 미안해.. 미안해.. 구하지 못했어.. "


" 괜찮아... 이제... 괜찮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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