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카님, 고위 마계회 정기회의 일정이 오늘 오후 3시에 있습니다. "
" 응, 알고있어. 뒤에는 누구지 ? "
" 네, 이자가 바로... "
" 워후 ~ 밖에 비해 꽤나 무덥슴다 ~ 윗분은 더운걸 좋아하시나 보죠 ? "
" 어이 네녀석, 어느 앞이라고..! 예의를 갖추지 못할까 !! "
" 어라! 벌써 온건가요? 앞에 계셨네요. 안녕하심까 ~! 제가 바로 에도프의 동생인 ...! "
솜방울이 달린 아이보리색 털모자를 쓴 건장한 소년이 활기찬 인사로, 조용하던 방의 정적을 깼다.
청년이라기에는 아직 어린, 인간 소년의 모습으로 보였다.
그의 왼쪽 눈에는, 제대로 된 안구가 아닌 , 딱딱한 쇠붙이로만 틀어박혀져 있는 듯 보인다.
" 소개는 됐어, 대충 알 것같네 "
" 예..아..알겠슴다.."
" 당신, 마계인이죠 "
" 예..뭐... 조상중에 인간의 피가 섞였다고는 들었는데, 아무래도 마계인에 가깝다고 생각함다~ "
" 흐음... 전력은 그리 강하지 않은 것 같네 "
" 에엑~?! 이래뵈도 저, 눈에서 빔도 쏠 수있슴다 !! "
머리에 있는 털방울을 흔들며 풍선처럼 부푼 얼굴로, 소년은 큰 오동나무 탁자위에 앉은 여성을 미워하는듯이 바라보았다.
" 시끄러운 녀석이구나! 유카님을 감히 그런눈으로 ! "
" 그렇지만, 날 약하다고 했다구요 ! "
" 폰도 당신도 시끄러우니까 둘다 진정해줬으면 좋겠는데 . 네가 지금 가지고있는 마력량으로는, 마도사들이 나눈 기준표에서 S급에 미치지도 못하는걸. 객관적범주에서 벗어나있는 상태야. 끽해봤자 네가 말한 눈의 빔도 A급의 화력이라는 소리겠지 "
" 내..내 마력량이 어떻게 수치로 보이기라도 한다는 것임까!? "
" 자세한 설명은 해줄 수없지만, 나는 상대가 가지고있는 마력의 출력량이 가늠이 되거든."
" 무...무섭구만요 "
소년은 눈을 다시 느슨하게 풀고, 축 처진 어깨의 모습으로 땅바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당신의 말대로 사실임다 전 아직 약함다. 생명의 은인에게 개조당한이후로 ,혼자 이곳저곳을 떠돌면서 기술들을 익혀왔지만, 아직 제가 원하는 능력에 미치지 못하고 있슴다. 무엇보다 저는 다른 마계인들에 비해 태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경험도 부족함다...! "
" 뭐, 나는 강한 자를 원한게 아니거든 "
" 예 ? 그거 김빠지는 얘김다... "
" 내가 내건 조건, 기억하고 있겠지 ? "
" 당연함다. 형을 찾아주고 , 자본적인 보상도 지급해 주며, 제 목숨까지도 지켜준다고 하시지 않았슴까. 저는 이미 마도사들에게 현상수배범이나 다름없는 존재임다 ~ "
" 계약 조건은 ? "
" 당신의 권속이 되어 모든 것을 위할 것.그렇다는건 당신을 지키는게 아닌가요 ? "
" 표면적으로는 그렇지만... 내가 원하는건 나의 '정보' 를 지켜달라는 거지 "
" 무...무슨말인지 잘 이해가 안됨다.. 제가 개조당한 이후로, 머리가 좋지 않아서 말임다.. "
" 자세한건 , 차차 설명해 줄게. 그나저나 네 모습.. "
" 예 ?"
" 형이랑 많이 닮았네. 자옥빛의 눈동자 마저도 "
" 그.. 그렇슴까.. 오해 받으려나요 ?! "
" 그러기엔 충분할 것같아. 그러니까 당분간은 숨어지내도록 해. 임무는 폰이 알아서 알려줄거야 "
" 알겠슴다 ! 그럼 잘 부탁 드리겠슴다 ! ~ "
모자에 달린 세개의 털방울이 소년의 인사와 함께 동시에 숙여지면서,덜렁덜렁 거렸다.
90도 수직으로 인사한후 소년은 우직하면서도, 약간은 가벼운듯한 걸음걸이로 방을 나갔다.
-
( 타닥 타닥 ㅡ )
조용한 방안에 타자를 치는 소리가 가볍게 들려온다.
벽난로의 재가 타들어가는 소리도 가볍게 들려온다.
궤종시계의 '또각-' 거리는 소리와 함께 조용한 방에 소리가 가득 채워진다.
그때였다.
조용한 방의 정적을 깨는 문소리가 들려왔다.
( 벌컥 ㅡ )
말끔한 체크무늬의 검은 교련복을 입은 남자가 안경에 김이 찬 채로 성큼 걸어들어온다.
(하아 ㅡ... 하아.. )
분노에 찬모습인지, 안경테가 파르르 떨리며 거친 숨소리를 내뱉는다.
남자는 안경을 벗어 닦으며 여성을 천천히 내려다 본다.
" 저런 녀석을 신용 하실 수 있겠습니까 ! "
남자가 소리쳤다.
" 목소리가 큰데 폰, 좀 낮춰주었으면 좋겠어 "
" 인정할 수없습니다 ! 무엇보다도 , 마카로니의 측근인 자의 동생입니다 ! 역으로 스파이짓을 할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 "
" 저자는 , 너도 보았겠지만 아직 약해. 그리고 자신의 목숨이 위협받는 점에 대해서 두려워.. "
" 그건 저도 압니다 ! 태도를 보십시오 ! 저게 어딜봐서 충성하는 태도입니까 ?!! "
" 폰 . 저자가 왜 형을 찾는거라고 생각해 ? "
" 그건 .. 당연히 자기 혈육이니 그러겠죠 ! 역으로 당신을 공격해 당신의 행동을 막으려는 것 입니다 ! "
" 일반적으로 그렇게 생각 할 수있지. "
" 그니까 일반적이지 않습니까 ! "
" 응, 하지만 저자는 형을 단지 애욕으로만 찾는게 아니거든, 무언가의 감정이 더 있는 듯해. "
" 예..? "
" 복수인지 , 증오인지 ,집착인지는 모르겠어 . 그는 '형'을 꼭 찾아야 한다고했지, '형'을 만나고싶거나, 보고싶다고 말한적은 한번도 없거든 "
" .... ! 그..그렇군요 . 그냥 감정을 숨기고 있는게 아닐까요? "
" 그에게 '에도프'를 찾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을 때, 그의 표정은 사랑과 그리움의 표정이 아니었어. "
" 실례했습니다.. 그런줄도 모르고 저는.....! "
남성은 고개를 푹ㅡ 하고 여러번 숙이고는, 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폰 "
" 예. "
" 여하튼 조건을 내건 원칙대로, 그를 살펴봐줬으면 좋겠어 "
" 아, 그것도 불만이었습니다. 어째서 체스녀석에게 그를 맡기는 겁니까? 위험합니다 . "
" 체스가 비아냥거리긴 해도, 일단은 정보통이니까 "
" 저는.. 당신에게 위해가 갈까 두렵습니다. "
-
( 지익 ㅡ )
' 중앙국 고위 마계회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각 국의 대표들은 모두 화면에 나와주시길 바랍니다 '
커다랗고 하얀 성 내부에 있는, 크고 빈 공간의 허공에 십수개의 화면이 일제히 띄워진다.
그중에서도 , 가운데에는 가장 큰 화면에는, 마계의 중앙집권자의 상황이 보이는데,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시간이 지체될 수록, 회의 참석자들의 불만은 커져만 갔다.
' 마녀쪽은 이미 나왔다구요 ~ 그말만 몇번째 반복인건지. '
' 마도사들은 오늘도 불참인가. 제멋대로 라니까 . '
' 올해는 실험축제가 열리니까 그렇겠지요. 연구하느라 바쁜거 아닙니까 '
' 실험은 법에 위배됩니다만, 연구가아니라 학살이겠지요 '
' 어차피 하위마계인이나 인간들따위, 우리가 상관할 바 아니지 않나요 ? '
(직 ㅡ )
' 조용히 해주십시오. 마카로니님께서 오셨으니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
' 이번 안건은 또 뭡니까 ? 중앙국장님 '
' 헤에 ㅡ, 뭐 시시한 마도사들의 연구에 관한 내용 아니야 ? '
' 마도사들은 참석도 하지않으면서, 안건의 주제로 나오는거야? 질투나는데에 ㅡ, 죽여버리고싶어 ! '
' ......... '
가운데 가장 큰 화면에 비추어지는 남성의 모습은, 어딘가 차가우면서도ㅡ, 차분해보였다.
그가 바로 현재 마계의 중앙 집권자인 '마카로니'
그가 입을 열었다.
' 이번에는, '소수종족의 마계침략 계획'에 관한 안건입니다. 최근 넓디 넓은 마계내에서 , 모르는사람이 없을정도로. 소수종족들의 테러와 반발에 관한 소문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관하여, 법률적인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
마녀들과 결계사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그건 당신이 알아서 해야할일 아니야? 집권자잖아. 하아 ㅡ귀찮아 '
' 소수종족이어도, 어차피 딸리는 자식들 아닌가 ? 굳이 고민할 필요 없잖아 '
' 이봐 집권자, 소수종족이면 하프나, 쿼터를 말하는건가? '
' ......그렇다고 할 수있습니다 '
' 웃기지말라고! 집권자 네녀석도 하프아니었냐!! 자기가 자기를 토벌하겠다는 소리 아닌가? 웃기지도 않는군 ! '
' 어이어이 , 진정하라구. 나름 왕인데 존칭은 갖추어야하지 않겠어 ?'
' 어머, 재밌겠는데. 마녀들 사이에서도 그 소문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있다구 '
찬반 의견이 엇갈리는 속에, 아무말도 하지않고 묵묵히 지켜만보던 결계사종족의 대표가 입을 열었다.
' ....그래서, 하프와 쿼터, 그리고 인간들과 연루된 ㅡ, 자들을 전부다 법적으로 처벌한다는 얘기라는 거죠 ? '
'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키하나 유카. 당신과 나는 비록 인간의 피를 이어받은 하프이지만, 고위 마계인으로서의 마계의 법도와 예를 갖추며 살아가고 있기에 해당되지는 않겠지. '
' 흐음 ㅡ, 과연 당신과 나, 둘다 마계의 법도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 '
' 어이 이봐 유카! 네녀석이 중앙국을 집권했을 당시부터 마음에 안들었지만, 기만에 가득 차있군 ! 중앙집권자의 칭찬을 새겨 듣는건 예의일터 ! '
남성으로 보이는 한 고위 마계인이 꾸짖듯 소리쳤다.
' 기만? 어딜봐서 기만이라는 거지 ? 당신이야 말로 어떻게든 중앙권력에 붙고싶어 몸사리 치는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데 '
' 웃기지말라고! '
' 후... '
' 둘다 정숙해 주시길 바랍니다. 계속되는 마카로니님의 의견발언이 이어지겠습니다 '
' 그래서 이 일에 대한 최종적인 사안을 결정하고 싶은데 ,....... 어.. '
' ..... ? 무슨일이시죠 마카로니님 ! '
마카로니는 돌연 화면을 주시하면서 말이 막혔다.
곧이어 , 그의 옆에있던 권속같이 보이는 호위무사가 당황하며 소리쳤다.
' 유키하나 유카 . 당신에게 묻고싶은 것이 있습니다만 , 간부 마계회의는, 본인과 호위비서 외에는 참석하지 않는게 원칙 아닌가요 ? '
' 무슨 소리인지... '
' 당신뒤에있는 자는 , 대체 누구죠 ? '
' .......... ! '
긴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여성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본 순간,
뒤에 약 15m 사이의 거리를 두고, 쇠붙이 의안의 사나이와 , 고깔모자를 쓴 키작은 소년이 서있었다.
" 어라 , 모두 안녕하신가요 ? "
" ........ 체스... "
" 유카씨, 회의를 계속 하셔야 되지 않...... "
( 치익 ㅡ )
유키하나 유카는 화면을 모두 꺼버려 회의를 중단했다.
그러고는, 체스앞으로 점점 다가갔다.
" 저녀석을 데려오다니, 무슨 생각인거냐ㅡ!!!!!! "
그녀는 지금까지 다른 이들에게, 거의 보여준적이 없던 분노의 소리를 지르며, 죽일 듯이 그들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손을 한번 휘두른 순간,
( 콰가가가악 ㅡ )
요란한 소리와 함께 빈 방의 바닥이 움푹파이며 갈라지고, 주변의 공기가 싸하게 얼어붙기 시작했다.
특히, 체스와 쇠붙이 의안의 사나이 앞에는 한발자국이라도 다가갔으면 온몸이 으스러질듯 베였을 것 같은 움푹 패인 시멘트 바닥의 자국이 선명했다.
" 하..하하.. 무섭다구요 유카님 . 저에게는 다 생각이 .."
" 네녀석..... 나를 농락할 셈인가 ? 고위 마계회의에 저녀석을 데려와서 어쩔 셈이지 ?!! "
" 소개라구요 소개. 이녀석이 마카로니님이 아는게 맞는지 아닌지 보려고 했... "
" ......... 체스, 한번만 더 내 일을 이런식으로 망쳤다간... "
" 알겠다구요 알겠어요 ~ 휴우~ 이거이거, 평소에 화내시는모습을 한번도 못봤는데, 이런식이셨군요 거 식은땀 납니다만... 하하 ! "
" 우..무...무섭슴다.. "
유카는 붉으락 푸르락한 얼굴을 떨리는 한손으로 감싸안으며, 반대 손으로 나가라고 손사래를 쳤다.
" 후우우............ 폰에게 전해라 "
" 예 "
" 앞으로 회의에는 나 외에는 모두 참석하지 말것, 그리고 "
" 예 "
" 저녀석의 눈, 머리스타일 , 모두 바꾸어놔 "
" 에엑! 마...말도안됨다 ! 한쪽눈이 의안인데, 또 의안으로 해야하는 검까 ! "
" 아니, 렌즈를 끼워서 저녀석의 자옥빛 눈을 좀 가리는게 좋을 것같거든 . "
" 알겠습니다 ."
" 하아.. 얼른 나가도록 해... 그리고 오늘은 더이상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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